[퀀텀 이니셔티브 선봉 ETRI] 〈1〉 20년 이상 R&D로 최초 성과 多…대한민국 선도 앞장

양자기술은 유망 산업의 혁신적 변화, 다양한 난제 해결에 중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게임 체인저' 기술이다. 세계 기술 패권을 좌우할 핵심 전략기술이기도 하다. 이에 미국·중국을 비롯한 강대국, 기술 선진국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의 관련 추진 방향·전략 등을 담은 '퀀텀이니셔티브'를 확정,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등 역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치열한 전장 한 가운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방승찬)이 있다. 양자기술 개발에 힘쓰는 ETRI의 그간 노력과 현재·미래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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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년 이상 양자기술 연구개발(R&D)을 수행, 굵직한 최초 성과는 물론이고 다양한 성과를 내놓고 있다. 사진은 최근 이목을 끈 8큐비트급 광집적회로 기술 R&D 모습.

양자기술은 크게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센서의 세 가지로 분류된다. 각각 기존 정보처리, 통신, 센서 기술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다.

양자컴퓨팅은 기존 슈퍼컴퓨터가 해결하지 못하는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잠재력을 지닌다. 양자통신은 기존 암호통신이 갖는 근본적인 보안성 문제에 대해 '무조건적인 보안성'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또 양자센서는 기존 센서 측정 한계를 넘어서는 초정밀 측정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ETRI는 이들 양자기술 연구개발(R&D)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역사·역량을 보유한 곳이다.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센서 각 분야에서 ETRI의 족적이 크다. 벌써 20년 넘게 관련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양자 관련 연구 자체가 드물고 인력조차 없던 시절부터 굵직한 성과를 여럿 내놓았다.

통신 분야에서 첫 축포가 나왔다. ETRI는 현재 양자기술연구본부장인 윤천주 박사가 25㎞ 광섬유를 이용해 유선 양자암호통신 시연을 이룬 것이 2005년이다. 국내 최초로 이룬 유선 양자암호통신 성과다. 2018년에는 무선 양자암호통신 실환경 전송에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세계 최초로 유무선 송신부 집적화 모듈기술을 개발, 기술이전까지 마치는 쾌거를 거뒀다.

양자컴퓨팅 영역에서는 2015년부터 연구를 시작, 2020년에는 광집적회로(CNOT) 게이트 구현에 성공했다. 최근 8큐비트급 광집적회로 기술을 시연할 정도로 기술력을 높였다.

상대적으로 최근 연구를 개시한 양자센서 영역에서도 인력·역량을 집중하며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도 ET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한국연구재단 사업 등의 후원에 힘입어 양자 오류 보정 능력을 가지는 광 및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팅 시스템, 광집적화칩 기반 초소형 유선 및 무선 양자통신 시스템 및 네트워크, 극한 이미징 센싱이 가능한 광기반 양자센싱 등 기술 개발을 목표로 R&D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인적·조직적 성장도 거뒀다. 2005년에는 5명 수준의 소규모 인원만이 양자기술 연구에 고군분투했는데, 2019년 양자기술연구단을 처음 세우며 현재 양자기술연구본부로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질적·양적 확대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ETRI의 시야는 국내 수준의 단순 기술 개발에 머무르지 않는다. 독자적인 양자기술 개발과 고도화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넓은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아울러 ETRI는 양자기술의 상용화 및 산업화를 위한 로드맵을 구축해 한국이 양자기술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방승찬 ETRI 원장은 “양자기술 보유가 곧 국가 경쟁력의 중요 요소로 부상하고 있고, 향후 선도국이 경제·군사적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국내에 손꼽히는 양자 분야 연구 역사와 역량, 인력을 갖춘 ETRI가 정부의 퀀텀 이니셔티브 실현 선봉장 역할을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