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발로 뛰어다니며 최대 10m까지 불을 뿜어낼 수 있는 '화염방사기 장착 로봇 개'가 미국 온라인에서 판매를 시작해 논란이 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오하이오주에 본사를 둔 화염방사기 제조업체 '쓰로우플레임'(Throwflame)은 화염방사기를 장착한 4족 보행 로봇 '써모네이터'(Thermonator)의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식 명칭 '써모네이터'는 '열'을 뜻하는 접두어 써모(thermo-)와 '종결자'라는 의미의 터미네이터(terminator)를 합친 것으로 보인다.
업체가 판매 시작을 알리며 공개한 영상을 보면 로봇개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간편하게 조종이 가능하다. 어두운 숲 속에서도 레이저나 플래시로 주변 탐색이 가능하다. 연료를 채운 로봇개는 가만히 서 있는 상태가 아닌, 뛰거나 달리는 상태에서도 긴 사거리의 화염을 방사한다.
로봇 등에 달린 화염방사기는 쓰로우플레임의 대표 제품 'ARC 화염방사기'로 최대 10m까지 불을 쏠 수 있다. 휘발유로 충전해 완충 시 최대 1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종이 가능하고, 카메라와 레이저를 이용해 거리와 물체의 형태를 측정하는 라이다(LiDAR)센서가 장착돼 있다.
이 로봇은 지난해 3분기 공개돼 올해 정식 출시됐다. 가격은 9420달러, 우리 돈으로 1300만원 정도다.
문제는 이 제품이 업체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대중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화염방사기 소지 및 사용이 불법인 메릴랜드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일반인도 9420달러를 내면 이 제품을 '합법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것.
쓰로우플레임은 제품 용도에 대해 “△산불 제어 및 예방, △진입로의 눈과 얼음 제거, △농업관리, △엔터테인먼트”라고 설명했지만 위험성이 높은 제품을 자격 제한없이 모두에게 판매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무기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군사전문지 더워존은 “써모네이터가 강력한 자율 기능까지 갖추면 전장에서 매우 매력적이게 여겨질 것”이라며 “참호로 돌진하는 로봇개를 처리하는 것은 매우 무서운 일”이라고 했다.
업체 역시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심지어 홈페이지에서 제품 홍보에 사용하기도 했다. 쓰로우플레임은 제품 페이지에서 “세계 최초의 화염방사기를 탑재한 로봇견”이라며 군 당국의 대량 구매는 별도로 문의하라는 문구를 달았다. 그러면서 “합법 소유가 가능하다. 미국에서 화염방사기는 연방 정부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 총기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영상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진짜 위험하다”, “합법 맞냐”, “구글 AI가 저걸 조종하지 않길 바란다”, “저걸 만드는 동안 '이거 안 좋은 생각인 거 같은데'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냐” 같은 우려섞인 반응을 보였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