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N 변경 비용 분담 요구…1년뒤 수도권 대중교통 대란 우려

교통카드사업자 이동의즐거움
6→8자리 전산 인프라 구축
'카드사 분담해야 전환' 고수
이동의즐거움 “별도 입장 표명”

Photo Image
그래픽=비자

경인지역 대중교통 카드 결제가 1년 후 막힐 위험에 처했다. 2025년 예정된 카드 고유번호인 BIN(Bank Identification Number) 체계 변경 인프라 구축이 진행 중인 가운데 대중교통 사업자인 '이동의즐거움(옛 로카모빌리티)'이 인프라 전환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다. BIN번호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으면 2025년 중 새로 발급된 카드는 교통카드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의즐거움(옛 로카모빌리티)은 BIN 번호를 현행 6자리에서 8자리로 변경하는 전산 인프라 구축과 관련, 카드사들에 비용분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신금융협회는 지난달 이동의즐거움에 인프라 구축에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카드 고유번호인 BIN번호가 2025년부터 8자리로 변경·적용됨에 따라 국내 지급결제 산업 사업자들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이동의즐거움이 인프라 구축에 나서지 않을 경우 향후 경인지역 교통카드를 이용하는 국민 불편이 우려돼 최대한 개발에 협조를 부탁하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Photo Image
그래픽=비자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카드를 제외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카드번호는 16자리로 구성돼 있다. 이때 카드번호 16자리 중 처음 6자리는 신용카드 브랜드와 발급사를 구분하는 고유 번호인 BIN번호로, 나머지는 카드사가 여러 변수를 조합한 번호와 검증 값으로 구성된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2017년 BIN번호를 현행 6자리에서 8자리로 확대하는 내용의 새로운 기준을 발표했다. 디지털 토큰 등 새로운 결제 기술과 방식이 늘어남에 따라 현행 6자리 BIN번호에 따른 카드번호 조합의 수가 포화단계에 직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2022년 4월까지 글로벌 브랜드 카드사인 비자, 마스터카드, 유니온페이, JCB를 중심으로 8자리 BIN번호 변경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025년 중 신규 발급하는 카드가 이런 체계를 거쳐 결제가 승인되도록 했다. 국내 8개 전업카드사는 물론 밴사, 단말기 제조사, 티머니·코레일 등 교통카드 사업자, 대형·중소형 가맹점 등이 인프라 전환을 진행 중이다.

새로운 BIN번호가 적용된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으면 8자리 BIN번호가 적용된 카드의 경우 결제 오류가 발생하거나 카드사가 제공하는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자칫 교통카드 대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경인지역을 비롯 전국 주요 거점 교통카드 사업자인 이동의즐거움(옛 로카모빌리티)이 변경된 BIN번호 체계 관련 인프라 구축 비용을 카드사에 분담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동의즐거움(옛 로카모빌리티)은 카드사가 해당 인프라 비용을 분담하지 않으면 전산 개발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이에 유관 업계는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인프라 비용분담은 불가하다면서 선을 그었다.

카드사 관계자는 “티머니, 코레일 등 다른 대중교통 사업자들 모두 자체 예산을 투입해 인프라 전환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한 사업자를 위해 비용 분담을 하는건 모순”이라며 “교통카드 결제에 따라 이익을 얻게 되는 곳이 이동의즐거움인데, 수익자 부담원칙에도 맞지 않은 요구”라고 말했다.

이동의즐거움이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향후 수도권 대중교통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동의즐거움은 캐시비 교통카드 브랜드를 보유한 경인지역 1위 교통카드 사업자다. 2025년까지 마감기한이 남아있지만, 대형 인프라 구축작업이라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동의즐거움은 업계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논의해 별도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동의즐거움 관계자는 “BIN번호 변경에 따른 인프라가 이미 다 구축됐고, 여신협회나 업계가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관련 내용을 정리해 별도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언급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