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업자 티머니가 간편결제 '티머니페이' 앱 운영을 중단했다. 투 트랙으로 운영되고 있던 교통카드 결제 시스템을 한 방향으로 통합한 것인데, 향후 아이폰 애플페이 교통카드 지원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이라는 관측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티머니는 최근 '티머니페이' 앱을 '모바일티머니'로 통합해 일원화했다. 두 결제 서비스는 모두 스마트폰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활용하기 때문에, 두 기능을 한꺼번에 사용할 수는 없다. 사실상 비교적 신기술인 티머니페이가 구기술인 모바일티머니의 후방으로 밀려난 것이다.
티머니페이와 모바일티머니는 모두 교통카드 결제를 지원하지만, 앱이 작동하는 근간 기술에는 차이가 있다.
2020년 출시된 티머니페이는 구글이 개발한 HCE(Host-base Card Emulation) 방식을 쓴다. 클라우드에 이용자 카드정보를 저장한 다음, 소프트웨어 구동 시 NFC를 통해 단말기로 결제정보를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승차지나 하차지, 환승지에 대한 표기를 실시간 에뮬레이트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통신 연결이 되지 않거나, 스마트폰 배터리 방전 혹은 화면이 켜지지 않는 상태에서는 결제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반면 모바일티머니는 SIM-SE(Subscriber Identification Module-Secure Element) 방식을 쓴다. 교통카드 정보를 USIM과 같은 SIM에 등록하는 방식을 쓴다. HCE 대비 인식속도가 빠르고 스마트폰 전원이 꺼져있어도 결제에 문제가 없다.
애플 아이폰은 아직까지 SIM-SE는 물론 HCE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HCE 지원 기능을 칩셋에 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NFC의 서드파티 개방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대신 애플은 카드를 대체하는 토큰을 애플만 접근 가능한 'eSE'(embedded secure element)에 저장하고, 필요할 때 저장된 토큰을 불러 처리하는 방식을 쓴다. 이 방식을 국내에 적용하려면 교통카드사가 별도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HCE나 SIM-SE방식과 달리 결제 수수료를 애플 측에 지불해야 한다. 이 과정을 놓고 합의가 나지 않아 장기간 아이폰 교통카드 지원은 교착상태에 빠졌었다.
이런 가운데 올해 6월 애플과 티머니가 국내 교통카드 기능 도입을 위한 필드테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티머니 규격 RFID를 수용하는 방안을 점검, 상황이 진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애플이 티머니를 통해 국내 교통카드 기능을 한다면 구글의 규격인 HCE보다는 SIM-SE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금융USIM으로 실물 교체가 필요 없는 eSIM이 본격 보급되면서, 아이폰 역시 SIM-SE에 기반한 NFC 결제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점도 있다. 이 때문에 티머니가 구버전인 모바일티머니를 주축으로 기존 티머니페이를 흡수했다는 관측이다.
티머니 측은 애플페이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티머니 관계자는 “티머니는 고객서비스 개선을 위해 앱을 통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