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핀테크스토리]비트코인 상승 추세 전환의 핵심 변수, '클래리티 법안'

비트코인이 7만 8000달러까지 반등해서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가, 다시 하락 횡보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순유입이 5일 만에 15억달러까지 늘었다가, 재차 순유출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왜 고점 대비 40%나 하락한 이후에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을까.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달러 강세까지 겹치면서 비트코인 투자 심리가 위축된 데다, 최근 글로벌 자금이 AI와 반도체 등 고성장 기술주로 쏠리며 상대적 수익률 측면에서도 밀리고 있는 점을 주된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 요인에 가깝다. 비트코인이 한때 거침없이 10만 달러까지 상승했다가 상승 추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주저앉은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들이 '법안 통과'라는 미 의회의 허들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바로 그것. 비트코인 가격이 중장기적으로 우상향하려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필수적인데, 지금처럼 법·제도 장치가 명확하지 않으면 어느 기관투자자도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수조 원씩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이 주목하는 핵심 법안은 '클래리티 법안'이다. 원래 이 법안은 특정 토큰이 증권인지 상품인지 규제의 명확성(Clarity)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제기됐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이 급부상하면서 법안 논의의 중심은 '스테이블코인의 이자(또는 보상) 지급 여부'로 이동했고, 이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은 성격상 이자나 그와 유사한 보상을 지급할 수 없다'는 주장과 '스테이블코인을 디파이 등에서 운용할 경우 일정한 보상을 줄 수 있다'는 주장 사이의 논쟁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전통 금융 권력을 지키려는 은행권과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금융 영역을 확대하려는 디지털 자산 세력 간의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지급 여부가 미래 디지털 금융 패권을 가를 핵심 쟁점이 된 셈이다.

JP모건을 필두로 한 전통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이 이자는 아니더라도 유사한 보상을 제공할 경우, 예금 잠식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고객들이 낮은 이자의 은행 예금 대신 전송이 자유롭고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금을 옮기기 시작하면 은행의 근간인 수신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반면 디지털 자산 업계는 스테이블코인을 차세대 금융 생태계인 디파이(DeFi)를 활성화하는 핵심 인프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활용에 따른 보상을 금지하는 것은 디파이 인프라의 작동은 물론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 자체를 약화시키는 규제라는 입장이다. 나아가 이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활용도를 떨어뜨려 달러 패권 약화는 물론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미 국채 매수세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법안 통과의 열쇠를 쥔 정치권과 백악관의 움직임은 어떨까. 백악관은 지난 2월 두 차례 중재에 나섰으나 실패했고, 3월 들어 '이자 지급은 금지하되, 결제 실적에 따른 보상 또는 3자 플랫폼을 통한 수익 창출은 허용'하자는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이 또한 은행권이 거부한 상태다. 이제 '공'은 의회다. 상원 금융위원회의 팀 스콧 의원(공화당)과 커스틴 질리브랜드 의원(민주당)이 초당적 수정안을 막바지 손질하고 있다고 한다. 핵심 내용은 은행권의 우려를 반영해 스테이블코인의 예금 잠식 방지 장치를 강화하는 대신, 디지털 자산 업계가 요구해 온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현물시장 감독권 부여를 명확히 허용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현재 시장에서는 정치적 타협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보고 있다. 법안 통과의 명분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달러 패권 유지'라는 초당적 이슈인 데다 민주당도 중간선거를 앞두고 디지털 자산을 선호하는 젊은 층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초당적 합의가 도출될 확률은 3월 초 현재 70% 이상으로 평가된다. 만약 4월 중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법안 수정이 이뤄진다면 통과 가능성은 90% 이상으로 높아지고 비트코인 가격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물론 반대로 중간선거 등을 이유로 법안 처리가 지연된다면 기대 확률이 낮아지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일정 기간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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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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