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 국민성장펀드, D램 등 '메가 프로젝트' 한도 빗장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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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장펀드 세부 집행 지침 - 정부가 수립한 국민성장펀드 핵심 세부 집행 지침. [사진= 생성형 AI 이미지]

정부가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를 투입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추진하는 '메가 프로젝트'에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자금을 수혈할 길을 텄다. 글로벌 테크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 첨단 산업의 초격차를 이어가기 위해 국민성장펀드를 '전략 금융 병기'로 전면 배치했다는 분석이다.

5일 정부와 한국산업은행은 메가 프로젝트로 인정될 경우 국민성장펀드의 지원 한도를 적용하지 않거나 별도 심의를 통해 무제한으로 조정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명문화하고 최근 확정했다. 기존에는 대출·보증 부문(총 50조원)에 대해 업체별 지원 한도를 최대 10조원(연간 2조원)으로 책정했지만, 무력화할 수 있는 단서를 넣은 것이다.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무게를 뒀던 정책 금융을 반도체·인공지능(AI) 등 국가 명운이 걸린 '거대 장치 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이다.

정부는 정책 자금을 받기 위한 기술적 요건을 구체화했다. 12대 분야, 90개 전략 기술을 명시했다.

예를 들어 반도체 분야는 16나노 이하급 D램 설계·제조와 128단 이상의 낸드플래시 공정 기술을 최우선 지원 대상으로 못박았다. 이차전지는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의 핵심인 '니켈 함량 80% 초과' 양극재 기술을, 디스플레이는 30μm 이하 마이크로 LED 등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지원 비율(LTV) 기준도 별도 마련해 공격적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민간 금융기관과 공동 지원할 경우 소요 자금의 50~60%를 지원하지만, 정부 정책 성격이 강한 사업을 단독 지원할 때는 총 사업비의 최대 90%까지 펀드 자금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조 단위 시설 확충을 앞둔 기업 입장에서는 초기 자기자본 투입 부담을 크게 낮춰, 공격적인 시설투자(CAPEX) 집행이 가능해졌다.

산업계 관계자는 “시설 투자를 집행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기자본 확보와 고금리 리스크”라며 “이번 조치는 10% 자본만으로도 설비 확충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확실한 '금융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금융 배분 공식'도 명확히 했다. 전체 조성액의 40% 이상(약 60조원)을 비수도권 지역에 공급하는 정량 목표를 설정했다. 특히 비수도권 투자 시 0.05%p의 추가 금리 인하 혜택을 확정해, 용인-평택 중심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넘어 지방 곳곳에 첨단 테크 거점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다만 '메가 프로젝트' 지정 범위와 심의 기준의 투명성 확보는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선정 과정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특정 기업에 특혜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교한 심사 체계를 마련해 정책 금융의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반도체·AI, 모빌리티·방산, 바이오·수소 등 섹터별 창구를 가동하고, 기업별 적기 자금 수혈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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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장펀드 세부 집행 지침 - [자료= 취재 종합]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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