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배터리라더니”…공정위, 은폐 제재에 벤츠 행정소송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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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SUV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숨긴 채 판매 영업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벤츠는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가 전기차 EQE·EQS 일부 모델에 중국 파라시스(F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이를 숨긴 채 CATL 배터리가 장착된 것처럼 판매하도록 한 행위를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12억39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벤츠는 2023년 6월 딜러사 영업 지침인 'EQ Sales Playbook'을 제작해 배포했다. 이 문서에는 배터리 셀 제조사 관련 정보가 담겼지만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CATL 배터리의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 등을 강조하며 소비자 상담 과정에서도 해당 장점을 중심으로 설명하도록 안내했다.

그러나 실제 차량 구성은 달랐다. 당시 출시된 EQE 6개 모델 가운데 4개 모델, EQS 7개 모델 가운데 1개 모델에는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 벤츠코리아는 독일 본사로부터 받은 교육 자료를 통해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판매 지침에서는 이를 누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터리 셀 제조사는 전기차 안전성과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정보다. 벤츠 내부 문서에서도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판매 지침을 만들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딜러사 대상 설문에서도 배터리 제조사 정보가 가장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라는 응답이 상당수였다.

벤츠코리아는 이 지침을 딜러사에 전달하고 영업 과정에서 활용하도록 했다. 딜러사 교육 자료로도 사용됐다. 딜러사들은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알지 못한 채 CATL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안내했고 소비자 역시 이를 믿고 차량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반 기간 동안 파라시스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은 약 3000대 판매됐다. 판매 금액은 약 2810억원 규모다. 소비자 민원도 90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이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위계에 의한 부당한 고객 유인'으로 판단했다. 자사 상품을 실제보다 우수한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경쟁 사업자의 고객을 유인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향후 동일 행위 금지를 명령하고 제재 사실을 언론에 공표하도록 했다. 벤츠코리아뿐 아니라 독일 본사 역시 판매 지침 작성과 승인 과정에 관여했다고 보고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은폐해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라며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 선택을 저해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벤츠코리아는 공정위 판단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벤츠코리아는 “조사 초기 단계부터 관계 당국에 성실히 협조해 왔다”며 “공정위 전원회의 의결 내용을 존중하지만 위원회의 판단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과 고객에게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왔다”며 “향후 행정소송 제기 등 법적 절차를 통해 회사 입장을 계속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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