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사기계좌 대응 미적대는 사이…'시한폭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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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티켓을 매개로 한 사기범죄 추정 계정

고가의 콘서트 티켓을 매개로 사기범죄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의 미온적 대처가 피해를 키우고 있다. 은행이 범죄 수법에 활용되는 1인당 수십개 예적금계좌 다중발급 제한 경찰이 요청하는 범죄의심계좌 지급정지에 소극 대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동일범 소행으로 추정되는 콘서트티켓 사기 범죄가 확대되고 있다. 주요 용의자로 추정됐던 95년생 임 모씨 계좌 이외에도 십수명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활용되는 등 범죄가 확산 중이다. 지난 8월부터 자행됐던 유사 범행 수법 사례와 피해자 확산 속도를 고려할 때, 15명 이상으로 구성된 대형 범죄조직이 면밀하게 범행을 자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100여개에 달하는 범죄의심 계좌가 취합됐으며, 베트남 등 해외에서 동일 범죄 피해를 입었다는 외국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범죄가 지속 확산되는 배경으로 상품에 따라 1인이 무제한 발급할 수 있는 예적금통장이 지목된다.

예금계좌는 은행에 따라 적게는 1인당 적게는 3개에서 30개 이상 발급을 허용한다. 이들은 명의 도용 등을 통한 비대면발급으로 1인당 통장계좌를 수십개 발급한 뒤, 범죄가 적발된 통장이 노출되면 다른 계좌번호로 갈아타는 수법을 쓴다.

특히 이번 범죄에는 A은행을 비롯한 특정 은행 계좌가 집중 사용된 것이 특징이다. A은행은 소비자 숫자가 많은만큼 범죄에 악용된 계좌 숫자도 자연히 증가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A은행 관계자는 “인당 발급 가능한 예적금계좌의 수를 제한하는 것은 당사 상품의 혜택을 스스로 축소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기에 활용될 우려 만으로는 상품성을 훼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에서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의 적용기준과 기술력 차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수시입출금과 달리 예적금통장은 비정상적인 타행입금 등을 걸러내기 쉽다는 것이다.

시중 은행은 경찰의 범죄의심계좌 지급정지 요청에 대해서도 소극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우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중 5대 은행 중 하나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은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제외한 계좌 지급정지에 대해 거부하고 있다.

현행법에 근거한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서는 계좌 지급정지조치가 이뤄지고 있으나, 전자상거래 사기 등에 대해서는 악용될 여지가 있고 이후 고객과 소송 부담 등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다.

한 일선 경찰은 “은행에 따라 범죄의심계좌 지급정지 요청에 대해 대응 온도가 크게 다르다”면서 “경찰의 요청은 수용할 수 없으니, 검찰 요청서를 받아오라는 은행도 있어 범죄수익환수 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치 가능한 사기범죄 종류를 제한하고 있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이 같은 상황은 반복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앞장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연합회 등이 총대를 매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은행연합회는 “은행들의 계좌 지급정지 가이드라인에 대해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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