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넘은 '군인 구하라법'… 법사위 계류된 '구하라법' 통과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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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도읍 위원장이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모가 양육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군인인 자녀의 사망보상금과 유족급여 등 지급의 전부 혹은 일부를 제한할 수 있는 군인연금법·군인재해보상법(군인 구하라법)이 통과됐다. 그러나 이와 함께 국회에 제출된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은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21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조속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인 구하라법은 지난 6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군인 구하라법은 군인이거나 군인이었던 사람에 대해 양육 책임이 있었던 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군인 재해보상심의회 심의를 거쳐 사망 보험금과 유족급여 지급의 전부나 일부를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이 핵심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10년 발생한 천안함 사건 당시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았던 일부 부모가 순직한 장병의 보상금을 상속받은 뒤 공론화됐다. 한 부사관의 친모는 연락이 끊긴지 27년이 지나 사망보험금 2억원 중 1억원, 군인 보험금 1억원 중 5000만원을 수령했다. 매월 지급되는 군인연금 80만원도 절반을 받았다. 또 다른 사병의 친부 역시 이혼 후 22년 뒤 나타나 사망보상금을 동일하게 수령했다.

그러나 군인 구하라법의 통과로 양육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기간·정도 등을 고려해 재해보상심의회가 보상금 지급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군인 구하라법'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구하라법 시리즈 중 하나다. 서 의원은 군인 구하라법과 함께 '공무원 구하라법(공무원연금법·공무원재해보상법)'과 '선원 구하라법(선원법·어선원재해보험법 개정안)', '구하라법' 등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중 공무원 구하라법은 일찌감치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에 따라 양육하지 않은 부모의 순직유족급여 제한 결정도 두 건이나 나왔다. 서 의원에 따르면 양육하지 않은 기간·정도 등을 검토한 공무원 재해보상심의위원회는 부모에게 0% 지급 결정을 내렸다. 또 다른 한 건에는 양육하지 않은 부모의 몫을 15%로 제한했다.

구하라법과 선원 구하라법은 관련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각각 계류된 상태다.

특히 구하라법은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법안은 가수 고(故) 구하라 씨의 오빠 구호인 씨가 '어린 구 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 씨 사망 이후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입법을 청원해 '구하라법'으로 불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구하라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21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양의무를 저버리는 인면수심이 반복되지만 구하라법은 법사위에서 멈췄다. 변명할 것이 아니라 국회가 답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무부와 여당 등은 난색을 표하며 대체 법안을 낸 상태다. 이들이 낸 법안의 핵심은 피상속인이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등에 대해 가정법원이 청구를 받아 '상속권 상실 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자녀가 죽기 전에 양육하지 않은 부모를 상대로 상속권 상실 재판을 청구해야 하기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이 대표의 통과 호소에도 불구하고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 중 일부가 정부·여당안에 동조하는 등 사실상 원안 통과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2살 때 버리고 간 실종 선원 아들의 재산과 사망보험금을 모두 가져가려고 54년 만에 나타난 생모가 있다. 자식의 목숨값을 받으러 나타난 인면수심의 부모에게는 상속 자격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위해 선원 구하라법을 대표 발의했다. 관련 상임위인 농해수위 위원들께서 신속한 법안심사와 통과에 힘써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법사위에서 논의 중인 구하라법의 통과로 제2 제3의 구하라가 발생하지 않도록 올바른 상속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양육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등 상속결격 사유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민법 개정안의 통과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