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액체 상태인 전해질 누출 위험이 있다. 외부의 충격이나 열에 의한 화학 반응으로 인해 최고 1000도까지 달아올라 화재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전고체(All-Solid-State)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이온 전도도가 낮아 출력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
포스텍(POSTECH) 화학과 박문정 교수와 김보람 박사 연구팀이 크기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나노 입자가 격자 구조화된 이종 나노입자 전해질을 합성, 이온 전도성과 기계적 안정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이를 핵심 구성품으로 하는 전고체 리튬-황 배터리를 개발했다.
리튬 배터리에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면 폭발의 위험은 낮지만 낮은 이온 전도성과 충전 속도가 문제다. 연구팀은 안과 밖의 분자 구성이 다른 두 코어(core)-쉘(shell) 나노 입자를 조립해 초격자 고체 전해질을 만들었다. 촘촘한 격자 구조로 리튬 이온이 지나가는 통로의 폭을 좁혀 이온이 흩어지지 않고, 잘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아울러 연구팀은 이 초격자 구조를 조절해 리튬 이온 수송에 최적화된 고체 전해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실험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고체 전해질 기반 전고체 배터리는 섭씨 25도에서 뛰어난 이온 전도도(10-4 S/cm)와 리튬 전이율(0.94)을 기록했다. 또 넓은 온도 범위(25~150°C)에서도 높은 탄성계수(0.12 GPa)를 가지며, 최대 6V(볼트)의 전압에서도 작동하는 등 우수한 물리·화학적 안정성을 보였다.
무엇보다 200회 이상 사용된 후에도 높은 방전 용량(600mAh/g)을 유지하며 높은 내구성과 효율을 보였다. 차세대 전지로 각광받고 있는 리튬-황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교체해 전고체 배터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박문정 교수는 “액체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고 리튬-황 배터리에 고체 전해질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리튬 배터리 연구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견연구자사업과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재료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머티리얼즈 호라이즌스(Materials Horizons)' 표지 논문(front cover)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