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LED 뒷짐 진 한국 中 · 대만에도 인프라 뒤처져

'500대 이상 VS 100대 미만'

중국과 한국이 보유한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숫자다. MOCVD는 빛을 내는 반도체, 발광다이오드(LED) 제조 필수 장비다. 중국은 LED를 미래성장동력 삼아 2010년 초부터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아래 치킨게임을 벌여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중국이 이제 그 눈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옮기고 있다. 애플이 애플워치·아이폰 등에 적용하려는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다. 중국 최대 LED 업체인 산안광전은 이미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칩 핵심 공급사로 자리매김했다.

마이크로 LED는 크기가100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미만인 LED를 칭한다. 자체적으로 빛을 내, 이 LED로 화소(픽셀)를 구성한 것이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다. 적(R)·녹(G)·청(B)색의 빛 조합으로 사진과 영상을 표현한다.

마이크로 LED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보다 최대 100배 밝은 화면으로 야외 시인성이 뛰어난 게 장점이다. 패키징 없이 칩 자체를 화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소비 전력도 우수하다.

애플은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일찌감치 차세대 기술로 점찍었다. 2014년 마이크로 LED 개발 업체인 럭스뷰를 인수한 뒤 2017년부터 제품 개발을 본격화했다.

애플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상용화가 임박했다. 애플은 고급형 모델인 '애플워치 울트라'에 자체 설계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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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 울트라. <사진=애플 공식 유튜브 캡쳐>

애플이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쓰기 시작하면 국내 기업에 타격이다. 삼성과 LG가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스마트워치뿐만 아니라 아이폰 등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디스플레이 제조사에 마이크로 LED를 위탁생산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현재는 회로기판(백플레인) 등 극히 일부 공정만 외주를 검토하고 있다. 위탁생산한다 해도 핵심을 뺀 수익성 낮은 부분만 맡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가 차세대 기술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지만 핵심 장비(MOCVD) 보유 수에서 드러나듯 국내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가 2위 LED 업체 화찬세미텍을, 가전 업체 하이센스는 체인지라이트를 수직계열화하면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대비하고 있는데 국내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이나 대만에서 마이크로 LED 칩을 받아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면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만도 디스플레이와 LED 산업이 함께 발달한 상황이어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시대 새로운 강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경재 루멘스 대표는 “중국 톱 1~5위 업체를 돌아보니 마이크로 LED 인프라가 놀라운 수준인 데 반해 우리나라 LED 산업은 업체가 줄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세트업체가 소재·장비 업체에 기술개발 기준을 제시,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생태계와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