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전해곤 인공지능(AI)대학원 교수팀이 영상 속 픽셀들의 관계를 하이퍼볼릭(Hyperbolic) 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해 이미지 처리 성능을 크게 높인 AI 알고리즘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하이퍼볼릭 공간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3차원(3D) 공간과 달리 굽은 형태를 지닌 비(非)유클리드(공간의 곡률, 평행선의 성질, 거리의 정의 등을 수정하거나 확장한 다양한 공간을 다루는 기하학) 공간 중 하나다. 수학 및 물리학의 다양한 문제를 연구하는 데 사용되며 상대성이론, 네트워크 구조 연구, 그래프이론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이퍼볼릭 공간에서는 데이터 간의 계층적 관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돼 최근 AI 분야에서도 데이터 간 관계를 학습하는데 이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해곤 교수팀은 하이퍼볼릭 공간에서 픽셀들의 관계를 계층화한 후 유사도를 이해하는 하이퍼볼릭 유사도 학습 모듈을 고안해 이미지 처리 성능을 크게 높였다. 영상 속 픽셀들의 관계를 계층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점은 증명돼 왔으나, 이 계층화를 하이퍼볼릭 공간에서 시도한 최초 사례다.
이 모듈은 픽셀 간의 관계를 파악하고 정보를 전파하는 공간 전파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웃 픽셀의 정보를 토대로 주어진 정보의 해상도를 개선한다. 픽셀 간 유사도를 추론한 후 해상도가 낮은 부분의 희박한 정보를 이미지 전체로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휘어진 하이퍼볼릭 공간에서는 가까운 것은 더 가까이, 먼 것은 더 멀리 표현돼 이미지 특징을 효율적으로 추출할 수 있다. 객체 간 경계를 정확히 인식하는 성능을 최대 14%까지 높일 수 있었다.
연구팀은 하이퍼볼릭 공간에서의 최단 거리인 지오데식 거리를 기준으로 학습 특징들을 정렬하는 새로운 방식도 제안했다. 하이퍼볼릭 공간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위치 정보가 손실될 수 있어, 새롭게 표현된 특징들을 지오데식 거리 순으로 정렬해 위치 정보를 다시 부여했다. 거리가 가까울 경우 유사도가 높은 관계 즉, 동일한 객체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연구팀이 제안한 방법론은 이미지의 3D 깊이 정보를 추론하거나 의미론적으로 분할하는 기존 알고리즘에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플러그앤드플레이 모듈로 설계됐다.
전해곤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컴퓨터 비전과 로보틱스 분야에서 영상 및 3D에 대한 응용 알고리즘을 추가적인 학습 파라미터 없이 개선할 수 있게 됐다”며 “픽셀 간의 관계를 넘어, 영상 속이나 3D 공간 속 객체들의 관계와 같이 더 넓은 연구 분야로 확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가 지도하고 박진휘 GIST 석박통합과정생이 수행했으며 배인환 GIST 박사과정생 등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GIST-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협력연구 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혁신 허브과제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AI·기계학습 분야 세계 권위 학회 국제머신러닝학회(ICML)에서 26일 발표될 예정이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