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지해 작가가 영국의 권위 있는 정원·원예 박람회에서 지리산에서 영감을 받은 정원으로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황 작가는 22일(현지시간) 개막한 첼시 플라워쇼 주요 경쟁부문인 ‘쇼 가든’에서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 작품으로 금상을 수상했다. 첼시 플라워쇼는 1913년 왕립원예협회(RHS) 주최로 시작된 행사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매년 찾았고, 올해도 찰스 3세 국왕 부부가 사전 개막일에 방문하는 등 영국 왕실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작가는 앞서 2011년에 전통 화장실을 정원으로 승화한 첫 출품작 ‘해우소’로 아티즈 가든 부문 금상과 최고상을 수상했고, 다음 해에는 ‘DMZ:금지된 정원’으로 쇼 가든 부문 전체 최고상(회장상)과 금상을 동시에 받았다. 11년 만의 첼시 플라워쇼 복귀 무대에서도 수상하며 누적 금상 3개를 달성했다.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는 지리산 동남쪽 약초군락을 모티브로 설계했다. 약초와 원시적 형태 자연 풍경을 통해 환경을 지키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황 작가는 지리산에만 존재하는 지리바꽃, 멸종위기종인 나도승마, 산삼, 더덕 등 토종 식물 300여종과 총 200톤 무게 바위로 가로 10m, 세로 20m 크기 땅에 지리산의 야성적인 모습을 재현했다.
유명인사와 정원 전문가들은 자연스러움에서 다른 출품작과 차별화된다고 평가했다. 희귀 식물들이 많은 점에도 흥미를 보였다.
황 작가는 “지리산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산의 잠재 가치를 인정받았다”면서 “세 번째 수상으로 영국에 한국 정원을 확실히 각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