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스마트팜을 비롯한 원재료 수급을 위한 기술 경쟁에 나섰다. 스마트팜 기술을 확보한 벤처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하고, 협업을 통한 판로 확장에도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내부 조직을 신설하고 시장 진입 시기를 살피는 후발주자도 등장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6개월 동안의 리뉴얼을 거쳐 인천 연수점 매장 내에 실내 스마트팜을 설치했다. 연수점은 하이브리드 형태 매장으로, 식음·체험·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실내 스마트팜에서는 계절과 상관없이 신선한 채소를 재배하고, 이를 고객이 직접 눈으로 확인한 후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실내 스마트팜은 엔씽과 함께 구축했다. 이마트는 2020년 엔씽에 약 5억원을 투자했고, 이보다 앞서 엔씽과의 협업으로 지난해 경기 이천 이마트 후레쉬센터 옆에 스마트팜을 세웠다. 물류센터 옆에 스마트팜을 배치, 농작물의 물류 이동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이는 신선한 상품 공급으로 이어졌다.
신세계푸드는 농업회사법인 팜팜과 지난해 직거래 계약을 맺었다. 신세계푸드가 스마트팜 설비비를 선지원하고 농가는 여기서 재배한 토마토를 5년 동안 전량 납품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팜에는 냉방과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한 보광, 각종 영양분이 첨가된 수분 관리 시설이 설치됐다.
스마트팜을 새 먹거리로 삼고 해외로 확장에 나서는 곳도 있다. 농심은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에 나섰다. 이보다 앞서 농심은 스마트팜 플랜트 정보기술(IT) 기업인 포미트를 비롯해 아그로솔루션코리아, 엠에스와 함께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농심은 스마트팜 시스템 설계와 제조를 맡는다. 농심은 1995년 강원 평창에 감자연구소를 설립하며 스마트팜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오만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처음 수출하며 글로벌시장에 진출했다.
CJ제일제당은 후발주자로 시장 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7월 원재료 수급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조직으로 디지털 팜CIC를 신설했다. 해당 조직은 기존 스마트팜, 원재료 공급 및 연구를 담당하는 '팜앤랩'과 유기적으로 연계,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구체적인 사업 방향은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기업들의 스마트팜 관심이 높지만 일각에서는 인프라 구축 비용이 커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차기 유니콘으로 거론되던 그린랩스는 올해 들어 파산 위기로까지 내몰렸지만 신규 투자 유치로 간신히 회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기술이 접목된 농업은 실제 성과를 거두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정부 보조금이나 자본력을 갖춘 기업이 적극 나서야 하는데 농민들이 크게 거부, 사업 확장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