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 희대의 사기극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홈즈. 그와 비견되는 또 다른 젊은 사기꾼이 등장해 이번에는 세계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을 농락했다.
CBS 뉴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현지언론은 미국 법무부를 인용해 학자금 대출 중계 스타트업 ‘프랭크’의 창업자인 찰리 제이비스(31)가 금융 사기 등 3건의 혐의로 기소됐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펜실베이니아대 경영전문대학원(MBA) 와튼 스쿨 출신 제이비스는 2017년 대학생의 학자금 대출을 돕는 스타트업 ‘프랭크’(frank)를 세웠다. 와튼 스쿨을 비롯한 미국 대학과 대학원들의 학비가 비싸고, 학자금 대출을 받는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것에서 착안해 이를 간소화시켜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아이디어다.
당시 20대라는 젊은 나이와 와튼 스쿨이라는 명문대 타이틀까지 더해지면서 그의 명성은 높아졌다. 특히 그가 2017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은 미국의 학자금 대출 시스템을 신랄하게 비판해 많은 대학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이에 제이비스는 2019년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됐으며, 뉴욕 비즈니스가 선정한 ‘40세 이하 40인’ 리스트에도 올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2021년 여름 세계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의 문을 두드렸다. 프랭크가 425만명의 회원 DB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금융 부문과 연계된 회원 정보는 곧 JP모건의 잠재적인 신규 고객이 될 수 있다. 이에 JP모건은 같은 해 9월 프랭크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인수금은 무려 1억 7500만 달러, 우리 돈 23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JP모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함을 느꼈다. 예상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 마케팅 캠페인이 지나치게 낮은 응답률을 보이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에 JP모건은 당국에 수사를 의뢰했고, 수사 결과 실제 회원 수는 30만명 수준에 불과한 것을 알게 됐다. 당초 제이비스가 주장한 425만명의 10%도 되지 않는다. ‘가짜 데이터’를 생성하기 위해 데이터 과학 분야 교수에게 의뢰한 메일도 발견됐다.
조작된 회원 정보를 공유한 제이비스는 결국 JP모건으로부터 고소를 당했고, ‘여자 잡스’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엘리자베스 홈즈(테라노스 창업자), ‘암호화폐 시장의 구원자’로 불린 샘 뱅크먼-프리드(FTX 거래소 창업자)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됐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