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보조금을 받으면 향후 10년간 중국 반도체 생산능력(캐파)을 5% 이상 늘리지 못하게 된다.
미국 상무부는 21일(현지시간) 반도체법(CHIPS Act)에서 규정한 보조금(투자 지원금)이 국가 안보를 저해하는 용도로 쓰이지 않도록 설정한 '가드레일(안전장치)' 세부 조항을 공개했다.
미 반도체법은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10년간 중국 내 생산 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면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미국 보조금으로 중국이 간접적으로 수혜를 받는 경로를 완전 차단한 것이다.
미 상무부가 이날 공개한 세부 조항에는 이 '실질적인 확장'을 양적인 생산 능력 확대로 규정했다. 첨단 반도체 경우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했다. 성숙 공정을 사용한 반도체는 10% 이상 늘리지 못한다. 첨단 반도체 기준은 △28나노미터(㎚) 미만 로직 반도체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대부분 첨단 반도체에 속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 공장 생산 능력을 5% 이상 키우지 못할 공산이 크다.
반도체 공정 기술 고도화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 반도체 웨이퍼 생산량만 늘어나지 않으면 현재 중국 내 공장 시설을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해도 제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공정 고도화에 필수적인 첨단 장비 도입은 어려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작년 10월 미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시 중국 공장에 첨단 장비를 도입할 수 있도록 1년 유예를 받았다. 올 10월 허가 기간이 끝난 뒤 실제 규제 대상이 될지는 미지수다.
또 첨단 공정 투자가 이뤄질 경우 건당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가 넘으면 미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막대한 업계 첨단 공정 투자금을 고려했을 때 이번 조치는 상한선이 너무 낮다는 평가다. 사실상 신규 투자를 가로막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성숙 공정은 투자 금액 제한을 두지 않았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