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월 1일 경북 구미시 금오공대에서 열린 '제1차 인재양성 전략회의'에서 국가발전 동력은 과학기술이고, 이를 위한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 가속화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초격차 기술과 고급인재 확보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첨단 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첫 회의가 '과학기술 입국'을 내세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금오공대에서 개최된 것은 과거 수출 중심의 제조업 활성화에 필요한 인재 양성 시스템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 변화에 맞는 인재 양성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자원 빈국이자 최빈국이던 대한민국은 과학기술 입국의 기틀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화·정보화에 성공하며 선진국 대열에 빠르게 합류할 수 있었다. 이제 단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로봇·제조, 차세대원자력 등으로 대표되는 12대 국가전략기술에 초점을 맞춰 2027년 글로벌 5대 기술강국 도약을 목표로 국가전략을 수립해서 과학기술 강국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이 전쟁의 폐허 위에서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기적처럼 성장한 가장 큰 원동력은 국민이 지닌 엄청난 잠재력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은 대한민국을 가장 우수한 인적자원 보유국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 교육시스템은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AI 챗봇 '챗GPT' 출현으로 지식정보 전달은 물론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적 문제 해결도 가능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산업화 시대의 획일화된 선형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복잡하게 얽힌 다양한 교육생태계 속에서 전략적 인재 양성을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실을 돌아보면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양대 악재가 가장 먼저 지방과 대학에 위기의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하나둘 떠나버린 지방은 텅텅 비고 있고,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생을 받지 못한 지방대는 문을 닫아야 할 판국이다.
특히 지역의 청년 인구 유출이 심각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지역 내 대학으로 진학하는 비율과 대학 졸업 후 해당 지역에서 직장을 구하며 머무르는 비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청년 구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지역인재가 지역기업을 외면하다 보니 구인난과 구직난이 양립하는 모순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지역의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서는 지역·산업·학교·연구소 간 연계·협력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지역 발전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지역의 성장 기반 강화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면 고급인력의 지역 이주뿐만 아니라 지역인재의 정착 공산도 높아질 것이다.
지방대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피츠버그와 디트로이트를 들 수 있다. 과거 석탄과 철광석을 기반으로 한 제철 도시로 이름이 높았던 피츠버그는 현재 금융·교육·의료 중심지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반면에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는 쇠락해서 녹슨 지역(러스트 벨트)의 대명사가 됐다.
두 도시가 이렇게 상반된 차이를 불러온 요인은 피츠버그는 카네기멜런대, 피츠버그대 혁신연구소, 에너지기술연구소 같은 연구시설이 있어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했다. 반면에 디트로이트는 수준급 대학이 없어 자동차 산업이 몰락하자 대안을 찾지 못한 것이었다.
이 사례는 교육과 신기술이 도시의 흥망성쇠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시사한다.
오늘날 경제적 성공은 더 이상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이 아니라 도시가 얼마나 똑똑한가에 달려 있다.
이제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대학의 교육혁신으로 지역과 대학의 상생발전을 도모해야 할 때다.
사람마다 재능이 다르듯 지역마다 대학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각 대학의 특성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의 수직적 관리구조 하향식(Top-down) 체제에서 탈피해 대학이 제안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상향식(Bottom-Up) 방식 교육체계 도입이 필요하다.
대학이 지역 일자리 창출, 지역 산업 발전 등 지역 특성에 맞는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혁신의 주체인 지역·산업·학교·연구소의 연계 강화가 절실하다. 우선 지역 기업과 대학이 손을 잡고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다. 이를 위해 대학은 졸업 후 학생의 진로인 학업·취업·창업 등 3UP 중심으로 전공에 구애받지 않고 산업과 인재가 어우러져서 자유롭게 순환할 수 있는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탠퍼드대의 경우 학사와 석사과정을 통합해 6년 동안 자유롭게 캠퍼스와 직장을 오갈 수 있는 개방형 순환대학 계획을 발표했다.
과학기술의 빠른 발달 속도를 기존 교육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학의 기능과 역할을 각 지역과 산업현장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과 연계한 교육플랫폼 구축을 통해 지역 우수 인재의 정주와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지역 자생력 회복을 위해서는 중앙의 지원도 필요하다. 지역별 특성에 맞춰 지역이 주도하는 과학기술 혁신 체제를 구축하고, 정부는 재정적·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본 의원은 지역 과학기술 육성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반인 '지역과학기술혁신법(가칭)'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예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다. 교육은 국가와 사회 발전의 근본 초석이요, 국가의 미래이기 때문에 기초를 탄탄히 다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선순환적으로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또 대한민국 경쟁력을 견인하는 핵심축은 인재다. 과학기술 인재 양성은 구체적인 실천 계획, 처우 개선, 위상 제고가 함께 이루어져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인재정책은 우리나라의 지속 성장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자 세계를 선도할 실마리이기 때문에 정부의 강력한 개혁 의지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6대 국정목표 가운데 하나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다. 과학기술 없는 지방시대는 공허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지역대학과 산업체, 연구소, 지자체가 서로 머리를 맞대어서 지역의 강점과 성장동력을 찾아내고 힘을 모을 때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yeungshik20@naver.com
〈필자〉 김영식 의원은 영남대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기계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선임연구원, 금오공대 기계공학부 교수, 6대 금오공대 총장을 역임했다. 21대 국회부터 의원 활동을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국가 과학기술 및 ICT·디지털·원자력 분야 육성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미래일자리특위·반도체특위·탈원전피해특위에 참여해 과학기술 기반 산업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모범적인 의정 활동에 힘입어 전자신문과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가 신설한 제1회 '지식과 혁신 의정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