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시끄러운 시절이다. 누구나 여기저기서 제멋대로 떠들면서 그저 자기 말만 옳다고 한다. 거짓말을 하면서도 거짓말인지 알고나 하는지를 생각하니 더욱더 어지럽다.
강아지들이 허공에 대고 속절없이 야옹거리고, 고양이들은 멍멍 짖어대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새들이 늦은 아침 먹이를 찾아 걸어 다니고, 벌레들은 누가 보든 안보든 이른 새벽부터 뛰어다니고 있는 것 같다. 어느 동화 속에 나오는 이상한 나라보다 더 이상한 세상이다.
세상 사람들이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심지어 공동체에서 사회적 위치조차 모르는 것 같다.
급기야 국회의 어느 상임위원장은 회의장에서 또 다른 어느 무례한 국회의원에게 그의 품격이 드러날 때까지 마음대로 발언해보라고까지 한다.
시끄럽고 질서가 없는 사회를 비유할 때 시장바닥이니 저잣거리니 하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니체가 말하는 시장은 그렇다 쳐도 TV에서 자주 비치는 우리 서민의 시장은 이따위로 비유될 대상이 결코 아니다. 3년 이상 이어지는 코로나19와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도 시장 사람, 아니 '정상적인' 우리는 현재의 삶에 충실을 기하고 있다.
공동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공동체가 발전하는지 등 거창하기만 한 담론과는 상관없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남을 속이지 않고 나보다는 가족을, 이웃을 먼저 생각하면서 착하고 성실하게 아니 그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거룩한 자세로 삶에 임하고 있는 그들은 한 명 한 명이 다 위대하다. 인터뷰하는 모든 사람이 하는 말 그 자체가 바로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고 공동체를 존중함이며, 움직이는 손끝 하나하나 걸음 하나하나가 바로 공동선을 위한 '정의의 실천'이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반도체, 청년, 취업, 인구절벽, 출산율, 지역소멸…. 국가라는 시장 바닥에서 이러한 소란은 누구 한 사람의 문제도 아니지만 한 명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다. 누군가는 해결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전통시장이든 백화점이든 '우리가 알고 있는 시장'한테 해결을 맡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장'은 따로 있다.
반도체 인력이 부족하다고 난리다. 세계 경제의 무한경쟁 속에서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먹거리의 하나인 첨단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 갈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반도체 대기업이 유명 대학에 계약학과를 개설해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 최근의 해법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한 방송에서 기업인이 나와 반도체 인재 수도 중요하지만 질적 문제가 더 중요한 것임을 강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다른 분야도 반도체 상황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대학이 정신을 차려서 뚝딱거리면 즉시 해결될 텐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문제인가? 첨단 학과를 신설하고 정원을 확 늘려서 교수도 마구 뽑고 실습실만 잘 갖춰 놓으면 전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물밀듯 몰려와서 입학할 것이니 대학은 그저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일 아닌가?
대학에서 20년이 넘도록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필자도 진심으로 우리나라를 걱정하는 이런저런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나라 대학이 도대체 정신이 있기나 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질타를 듣느라고 밥을 먹지 못할 지경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끝나가는데, 앞으로는 누구를 만나야 할지 걱정이 점점 커진다.
하긴 우선 커다란 냉장고를 하나 만든 다음 그 냉장고 문을 열어서 코끼리를 슬쩍 밀어 넣고 냉장고 문을 살며시 닫으면 누구든지 아주 쉽게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을 수 있는 건데 아무도 이렇게 해본 사람이 없는 것을 생각하면 대학 교육 문제 또한 이만저만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기만 하면 우리나라가 모두 잘살게 될 것이라고 누군가 약속하면 잘될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우리의 묵묵하지만 거룩한 시장처럼 '국가의 공동선을 위한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시장'이 생기게 된다면 조금은 나아지려나.
이강우 동국대 AI융합대학장 klee@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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