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 산업의 제도권 진입을 위해 업계에서는 신년 핵심 과제로 '3無 근절' 정책을 꼽았다. △무자료 △무실명 △무안전 근절이 골자다. 국토교통부에서 시행하는 소화물 배송대행 서비스 인증을 상위 사업자뿐만 아니라 모든 플랫폼사에 적용하고 배달 대행업체 및 라이더 인증·등록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라이더를 전문 직업군으로 인식할 때 제도권 진입을 통한 안전성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중대재해 매뉴얼 안내·개선 필요
업계에서는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교육도 중요하지만 후속 조치에 대한 매뉴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안전보건공단에서 라이더 안전 교육 매뉴얼을 제공하고 있지만 라이더 사고 발생 시 산재 신청 방식을 알려주는 데에 있어 미흡하다. 업계 관계자는 “산재 적용은 본인 신청을 통해 받을 수 있음에도 다수 라이더가 사업주 승인이 필수라고 생각한다”며 “발간한 매뉴얼의 후속 조치로 매뉴얼 안내가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산재 가입을 허가하지 않는 배대사도 생겨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안전 실태 조사가 산재 입직 신고 건수를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애초에 조사를 피하고자 함이다. 정부가 나서서 산재 가입과 신청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
아울러 화주사에 대한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라이더가 난폭 운전을 하게 되는 핵심 원인은 대형 화주사기 때문이다. 업계가 맥도날드, 올리브영 등 대형 화주사와 계약할 때 접수부터 배정 및 픽업, 배송 완료까지 특정 시간 내에 끝내야 한다는 조건이 걸린다. 시간 내 배송을 하지 못할 경우 페널티를 부과한다. 이 때문에 플랫폼사는 배달대행 지사장에게 독촉할 수밖에 없으며 안전 운전은 요원해진다.
그럼에도 원천사인 대형 요식업 프랜차이즈는 사고 발생 책임으로부터 비켜나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에 따르면 사업주 등이 제3자에게 도급·용역·위탁 등을 행한 경우, 사업주 등이 해당 시설·장비·장소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만 의무가 발생한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이륜차(장비)를 제공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음식 픽업 장소에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해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
◇안전교육 의무화
보여주기식 안전 교육 또한 바뀌어야 할 부분으로 꼽혔다. 교통안전공단은 지자체와 협업해 배달 플랫폼에 안전 컨설팅을 제공 중이지만 라이더 안전 교육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안전교육을 전체 라이더에 시행하는 곳이 전무하다는 설명이다. 라이더가 교육을 받을 시간에 배달을 한 건이라도 더 수행하려 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안전 교육에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플랫폼 업체 인증제를 넘어 피교육자(라이더)에 대한 규제 도입으로 의무화를 연착륙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정부가 현장 교육을 시행해 라이더 신원을 확인하고 의무 교육을 받은 라이더를 등록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더 인증제를 통해 라이더 또한 전문성을 기를 수 있으며 안전 운전에 대한 책임의식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는 작업을 통해 배달 산업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더 제도권 유입을 위해 정부 주도로 라이더 중앙 교육 관리시스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는 이와 관련된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아 교육 이수 라이더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무자격 라이더의 불법 취업까지 횡행하고 있다.
당근과 채찍이 적절히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안전 교육을 미이행한 라이더를 통해 배달을 수행하도록 하는 플랫폼과 배대사에는 과태료를 물리고 성실히 이행한 곳에는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한다면 업계 자정 노력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