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2023년 반도체 흐림, 자동차 흐림, 이차전지 맑음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전방 수요가 위축되면서 내년도 반도체와 주요 부품 산업에 큰 폭의 수요 감소와 긴축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제기됐다. 이차전지 산업은 전기차 수요 증가로 올해 호황을 누린데 이어 내년에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20일 시장조사업체, 증권가, 업계 등 주요 산업 부문별 내년도 경기 전망을 분석한 결과 반도체·부품 등 주요 산업이 내년 상반기까지 침체를 겪을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부터 수요가 회복해 상승세가 시작되고 2024년부터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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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산업은 경기침체에 따른 전방산업 수요 부진, 재고 축적에 따른 가동률 하락,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 위축 등으로 산업 전반의 성장성이 저하됐다. 반도체의 경우 금리, 원자재, 인건비 등 비용이 상승한 영향에 높은 재고로 가격 인상폭이 제한돼 수익성 하락을 겪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도 주요 반도체 산업 성장률이 -9.0%, 디스플레이는 -5.2%로 각각 정체한다고 전망했다. 주요 국가의 긴축정책으로 전방산업 경기가 둔화해 소재·부품 수요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은 소재·부품 산업은 전년 대비 원자재 가격은 다소 안정되지만 강달러 여파가 이어져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주요 15개 산업 중 이차전지, 휴대폰, 정유 등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산업 업황이 전년 대비 저하될 것”이라며 “주요 15개 산업의 합산 실적은 전년 양호한 성장에 대한 기저효과와 수요 부진, 투자 위축에 따른 매출 감소, 고비용 구조가 지속되는 영향으로 수익성도 저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모리 주문 감소·재고 부담에…역대급 공급 축소

반도체는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면서 메모리 수요가 감소한 반면에 생산량은 유지되고 있어 판매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PC용 D램 범용제품인 8Gb DDR4 D램의 경우 2020년 12월 3.3달러에서 2021년 8월 4.8달러로 크게 상승했으나 올해 8월 기준 2.7달러로 하락했다.

이처럼 전방 수요가 감소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재고는 최근 5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가동률은 여전히 높아 글로벌 D램 공급과잉이 벌어져 재고 소진이 늦어지고 있다. 글로벌 D램 공급과잉은 작년 3분기 0.5%에서 올 1분기 4.8%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PC, TV 등의 소비가 더욱 위축돼 메모리 반도체 등 주요 반도체 판매 가격이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모리 가격 방어를 위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 대부분이 역대급 생산량 감축에 돌입할 전망이지만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생산량 확대에 나설 계획이어서 또다시 반도체 치킨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 생산량에 맞춰 다른 경쟁사들이 공급을 추가로 축소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도 봤다.

업계에서는 내년 1분기까지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감축해 재고를 소진하면 2분기부터 다시 주문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 중에는 반도체 가격 반등도 시작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수급 개선이 지연되는 요인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간 경쟁 심화와 차세대 생산설비 투자 확대가 꼽힌다. 메모리 세대가 DDR4에서 DDR5로 진화하면서 반도체 업계 설비투자가 증가해 적기에 공급과잉에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미국, 일본, 대만의 반도체 공급망 관련 협의체인 '칩4 동맹'도 내년도 반도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힌다. 칩4 동맹이 사실상 미국 주도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산업 고립 효과를 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우리나라 최대 반도체 수출국인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칫 칩4 동맹 여파로 대중 반도체 수출이나 우리 기업의 현지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대중 수출은 2020년 54.2%, 2021년 48.3%, 올해 7월 기준 51.7%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세철 씨티그룹 상무는 지난 10월 반도체 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D램은 공급업체가 재고를 소진하고 공급량을 줄이면서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에는 업황이 회복될 것이지만 공급업체가 상대적으로 많은 낸드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위축에 자동차 수요 불투명…나홀로 웃는 이차전지

자동차 시장은 올해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 차질을 빚은 데 이어 내년에는 경제 불확실성 여파로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에 이차전지는 견조한 전기차 수요 증대와 주요 국가의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호황을 이어갈 전망이다.

자동차 산업은 올해 반도체 수급에 난항을 겪으면서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내년에는 반도체 수급에 따른 생산 제약 현상은 완화되지만 글로벌 경기 불확실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악영향을 받아 구매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업계가 출고 지연과 낮은 재고 수준 등 생산 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내년 생산에 다시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은 올해보다 6% 증가한 8600만대로 예측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국내 자동차 기업의 내수 판매는 기저효과와 출고 지연 완화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약 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은 미국·유럽 등 주요 수출 국가의 수요 둔화 영향으로 약 1% 내외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 차질 문제는 완화되지만 주력 시장의 경제 성장이 둔화해 국내 차 생산이 2% 증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친환경 전기차 확대로 원가율이 상승하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수익성은 소폭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차전지 시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전기차 수요 증가에 힘입어 호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뤘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중국, 미국,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301만대, 2021년 644만대에서 올해 3분기 기준 550만대(유럽 6월 누적, 미국 7월 누적, 중국 8월 누적 기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에서 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 등 지원 정책을 줄여 보급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올해 성장세가 완만할 전망이다.

올해 세계 리튬이차전지 수요는 전기차와 IT기기 성장 영향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한 286GWh로 예상됐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강달러 기조가 계속되고 있고 인플레이션 등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졌지만 세계 배터리 수요는 여전히 공고하고 주요 기업들이 생산능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내연기관의 전기차 전환이 지속되고 신차 출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해외 증설과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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