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기실 배터리서 불
카카오 "화재진압 전 차단 통보"
SK C&C "양해를 구한 후 진행"
서버 1만대가량 아직 복구 안돼
손실 책임 놓고 극명한 '입장차'
카카오 블랙아웃 사태의 원인을 놓고 SK㈜ C&C와 카카오가 분명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SK㈜ C&C는 서버 전체에 대한 전력 공급 차단을 소방당국이 온 후 카카오에 양해를 구해서 진행했다는 입장인 반면에 카카오는 소방당국이 오기 전부터 전력이 차단됐다고 주장했다. 손해배상과 관련해 두 회사 간에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SK㈜ C&C 내부 CCTV를 확인한 결과 15일 오후 3시33분 SK 판교캠퍼스 A동 지하 3층 전기실의 배터리 1개에서 갑자기 불꽃이 발생하며 화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전기실 내 배터리 가운데 1개에서 스파크가 일며 불이 발생했고, 5개의 랙(선반)으로 이뤄진 배터리 1개가 모두 타며 전력 공급에 이상이 생겼다. 이때 카카오 일부 서버에 전력이 끊겼고, 카카오톡과 포털사이트 다음 등의 서비스가 중단됐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청정소화약제(냉각용 가스)를 사용, 화재 진압에 나섰다.
하지만 불길이 잡히지 않으면서 소방당국은 오후 4시52분에 화재를 완전 소진하기 위해 물을 사용한다고 고지했다. 물 사용 시 누전과 감전 사고의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전력을 차단해야 한다고 SK㈜ C&C에 고지했다. SK㈜ C&C 관계자는 “먼저 소방당국의 전력 차단 고지가 있었고, 고객사에 재차 설명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애초 화재 발생 직후 스프링클러 등이 터질 때 이미 카카오 서버의 85% 전원이 차단됐다”면서 “소방당국의 전력차단 요청 전에, 전력이 완전히 차단되기 전부터 이미 우리 전력은 나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문제는 '통보'인지 아닌지 문제가 아니라 이미 그전부터 우리 전력이 나갔다는 것이고, 복구 과정에서도 약 1만대가 여전히 복구가 안 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는 내부적으로 보험 등을 알아본 후 손해배상 방침을 정한다는 계획이다. SK㈜ C&C가 들어놓은 보험은 인명과 재물 손괴를 보상하는 배상책임 보험 한도가 70억원, 재물피해 보상 보험 한도는 4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선 카카오의 화재피해액을 150억~20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카카오와 관계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17일 오전 공시에서 “카카오와 카카오 공동체는 원인 규명, 단계적인 복구,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및 실행, 이해관계자를 위한 보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카카오와 주요 종속회사의 매출 등 재무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되며, 먼저 서비스 정상화 후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논의를 SK㈜ C&C 측과 진행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SK는 전날 장 마감 직전 공시에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 만큼 보완 사항을 면밀하게 확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실행해서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서비스 수준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화재로 인한 SK 주식회사의 매출 등 재무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SK㈜ C&C 관계자는 “현재는 서버 복구에 집중할 때이다. 손해배상 문제는 카카오 측에서 요청이 들어와야 하는 것”이라며 “카카오에서 손해배상을 협의하자고 하면 그때 성실하게 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