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칼이 아닌 반도체 등 첨단기술로 싸우는 '신냉전시대' 태풍이 세계 각국을 엄습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 경쟁력이 국가 안보와 국방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급부상하면서 주요국은 핵심 공급망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와 전기차에 이어 배터리까지 자국 생산을 천명했다. 중국은 바이오의약, 로봇 등 10대 첨단 산업에서 제조업 강국에 오르기 위한 '중국제조 2025'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유럽연합(EU)은 역내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급망 정비에 박차를 가한다. 첨단기술이 특정 산업 흥망성쇠는 물론 국가 안보·생존을 위한 절대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 대학, 연구소는 '기술 발전'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위해 한마음으로 전력 질주했다. 피땀 어린 노력을 장기간 쏟아부은 결과,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세계 반열에 올렸다.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천명하며 기술 인프라 강화와 인력 양성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오는 2023년까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주력산업을 중심으로 산업을 대전환하는데 총 5조2608억원을 쏟아붓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하지만 정부의 단순한 자금 지원만으로는 '기술 강국'이라는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다.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강대국 간 갈등이 격화하는 지금, 한국이 새로운 국제 질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산·학·연·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또 우리가 '미래 기술 주권 국가'에 오르기 위한 국가 기술 및 산업경쟁력 고도화 전략 마련도 시급하다.
전자신문은 △기술 입국 씨앗을 뿌린 1980~1990년대 △기술 선도 기틀을 다지며 본격 세계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위기에서도 기술 선진국 위상을 높인 2010년대를 각각 '테크코리아' 전환기로 규정했다. 미·중 갈등 본격화와 자국 우선주의 경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2020년대는 '테크코리아 4.0'으로 설정했다.
전자신문은 창간 40주년을 기념해 산·학·연·관·정을 대표하는 전문가와 함께 그동안 한국이 일군 기술 성과와 과오를 반추했다. 특히 '테크코리아 4.0'를 맞아 한국을 기술 초강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전략을 정치·정책·산업·기술 부문에서 다각도로 심도 있게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기술 초강국'을 위한 최우선 해결 과제부터 윤석열 정부에 바라는 정책 방향, 정치권을 향한 당부까지 다양한 혜안을 제시했다.
[참석자(가나다 순)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
△노용호 국민의힘 국회의원
△류수정 사피온 대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석근 네이버 클로바 CIC 대표
△정진택 고려대 총장
△사회=양종석 전자신문 산업에너지환경부장
◇사회(양종석 전자신문 산업에너지환경부장)=한국이 과학기술·기술혁신을 강조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약 40년간 유례 없는 기술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은 무엇인가. 또 한국이 진정한 기술 초강국으로 가기 위해 집중해야 할 것을 이야기해 보자.
◇권오경(공학한림원 회장)='빨리 빨리'로 대변할 수 있는 '속도'와 '선각자적 지도력'이 한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수단이었다. 예컨대 애플이 2년마다 신모델 하나를 출시하면, 삼성전자는 2년에 4개 모델을 내놓는다. 전후 기술 불모지였던 한국이 현재 위치에 오른 것은 빠른 시장 변화에 대응한 기술 개발 속도다.
시대의 대전환은 사고의 대전환에서 출발한다. 수동적 자세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대전환 시대에 미래를 이끌 새로운 시대정신을 발굴하고 무장해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자세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환경 변화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적·정책적·구조적으로 산업구조 전환의 가속을 제약하거나 방해하는 덫이 너무 많다. 탈규제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간 속도경쟁을 위한 인센티브와 적정한 압력도 필요하다. 뚜렷한 목적을 달성하도록 독려하는 경쟁여건 조성과 이를 총괄하는 새로운 정책 거버넌스가 요구된다.
◇정석근(네이버 클로바 CIC 대표)=국내 핵심 인재를 실용적 연구에 적절히 배치한 것이 성공 요인이다. 기초기술에 대한 투자 부족이 항상 지적됐지만 실제 사업·서비스 관련 분야에 집중한 것이 중요한 동력이었다.
특히 인터넷·소프트웨어(SW) 분야는 한국에 최적화된 새로운 사업모델과 기술을 개발, 글로벌 회사가 만족시키지 못한 한국 고객 수요를 소화했다. 일정 규모 이상 트래픽을 자국 플랫폼 업체가 직접 서비스하는 기회를 만든 것은 물론 여기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다양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했다.
최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은 운용체계(OS)는 물론 하드웨어, 애플리케이션(앱)까지 직접 관리, 한층 최적화한 제품을 더 높은 성능과 더 낮은 원가를 이뤄내고 있다.
한국 SW 산업도 반도체 기업 등과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며 협업할 수 있는 열린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기업이 직접 시너지 있는 협업구조를 만들기는 어렵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거나 지원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류수정(사피온 대표)=정부와 기업 주도 '선택과 집중' 전략이 주효했다. 한국은 앞서 선진국에서 기초 기술 개발, 초기 산업화가 이뤄진 분야에 뛰어들어 개발 단계상 시행 착오를 최소했다. 여기에 응용 기술 및 제품화 기술을 대규모 산업으로 신속하게 키웠다. 반도체, 자동차, 가전,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석유화학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선진국에서 검증한 기술을 응용했기 때문에 연구개발(R&D)에서 '빠른 추진력'과 '개발 성공'이 강조됐다. 하지만 이제는 단·중기 추진력은 물론 중장기 R&D 과제를 긴 호흡으로 수행해야 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한국은 경쟁국 대비 물리적·인적 자원이 제한적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산·학·연·관 협력 시스템이 한국을 '퍼스트 무버'로 탈바꿈시키는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다.
산·학·연·관 전문가 집단 의견을 모아 국가 차원 기술 발전 로드맵을 수립하고 중장기적으로 연속성을 가진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국가 차원 기술 개발 로드맵은 일관되고 연속적으로 추진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창양(산업통상자원부 장관)=초기 선진국 기술을 도입해 과감하게 규모를 키우고, 이를 흡수해 끊임없이 보완·발전하는 전략 덕이었다. 이 같은 과정에서 끊임없이 산업을 혁신시키고자 하는 기업가 정신과 우수한 인적자본, 정부의 체계적 지원도 유효했다.
과거 해외 기술을 도입해 개량하면 많은 이점을 누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한국이 창조에 나서야 한다. 특히 기초 원천 분야에 힘을 쏟아야 추격자였던 한국이 선구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
먼저 대학이나 연구소에서는 '기술의 씨앗'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기술력이 없으면 상업화 출발선에도 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인재 확보를 위한 '창의적 교육 시스템'과 연구자가 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도 필요하다.
기술 혁신 성과물을 신속하게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기술 사업화를 방해하는 요소를 과감하게 제거해야 한다.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기업이 더 많이 투자받을 수 있도록 모험 자본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초기 기술창업 기업에 모험자본을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해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인수·합병을 유연하게 허용할 필요가 있다.
◇정진택(고려대 총장)=과학·기술이 1980년대 이후 핵심 동력으로 작동한 것은 국가 주도 경제발전 계획 수립과 실천, 그에 발맞춘 교육 및 인재 양성이 결정적이었다.
한국 주력 산업과 전략은 경공업, 중공업, 중화학, 자력 성장 등으로 변화했다.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이 산업 성장 핵심인 것을 포착하고 대대적 투자와 인재 양성을 이뤘다. 국민의 교육열도 큰 역할을 했다. 경제 형편에 무관하게 자식을 성공시키려는 부모의 교육열이 각 분야에 필요한 우수 인재를 키워내는데 크게 기여했다.
앞으로는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 기존과 전혀 다른 '창의'를 할 수 있는 융복합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문과와 이과, 전공과 교양 등 이분법적 사고로는 21세기 초연결사회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어렵다. 다양한 접근성과 통합적 관점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동종 업계 간 경쟁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동종은 물론 이종간 경쟁도 활발하다. 교육계에 학문의 벽을 없애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산업은 이미 경계 없는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이종간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융복합 사고를 갖고 활동에 나서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민·관 협력도 변화의 시대에 적절하다고 본다.
◇노용호(국민의힘 국회의원)=이른바 '한강의 기적' 중심에는 과학기술 진흥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지난 50년간 이를 기반으로 선진 기술을 모방하고 추격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값싼 노동력과 정부 주도 과감한 자본을 투입해 특정 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 시장에 개입하는 산업 정책을 폈다. 그 결과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자동차 생산국이 된 것은 물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선두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제는 '기술 고도화'가 중요하다. 그동안 속도를 중시했기 때문에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디지털·그린전환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업의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특히 반도체, AI 배터리 등 미래전략산업에서는 경쟁국과 초격차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동안 정부가 주도한 급속한 발전이 기업 능력을 쇠퇴시켰을 수도 있다. 이제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기류다. 이를 감안해 기존 규제나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 제도가 기술 발전이나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이 국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의 도전을 촉진하는 네거티브 규제 원칙을 실제 법률에 적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규제 정비는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국가 기관의 규칙·훈령·예규와 이해 충돌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도록 정부가 갈등을 중재해 규제완화 의지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사회=2020년대, 테크코리아 4.0 시대를 관통할 핵심 기술 키워드와 트렌드는 무엇인가
◇권오경=첫 번째 트렌드는 '디지털 대전환'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경제 본격화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경제·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디지털전환(DX)'에 가속이 붙었다.
디지털 전환은 인구 절벽 시대와 그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 등에 대체하기 위한 핵심 트렌드가 됐다. 국가 생존을 위해 절대 놓치면 안되는 이슈다. AI와 차세대 컴퓨팅 등 정보기술이 기존 산업, 서비스와 융합해 국가 전반에 거대한 파급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두 번째 트렌드는 '에너지 안보와 전환'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갈등 등을 계기로 확인한 것처럼 에너지 안보는 국가와 세계 명운을 좌우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탄소중립 정책과 선진 산업국 중심 탄소중립 추세가 본격화하면서 에너지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소형모듈원전(SMR),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배터리, 태양광 등 차세대 에너지 기술이 글로벌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석근=AI·클라우드 플랫폼 역량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기반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AI 분야 기술은 세계 시장으로 확산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세계 각국에 산재한 데이터를 규모있게 확보하고 거대 인프라를 활용해 학습함으로써 부족한 현지화 노하우 한계를 극복하고, 충분히 높은 성능을 갖춘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이것이 최근에 가장 주목할 만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이다.
이는 한국 기업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구글, 아마존, MS 등 글로벌 기업이 한국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하게 되지만, 동시에 한국 기술 기반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 각 시장이 가진 로컬만의 노하우와 데이터는 앞으로도 중요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자국 기업이 국내 데이터를 확보하고 서비스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직접 운영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규모감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노하우를 가진 인재를 양성해야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쌓을 수 있다.
글로벌 경쟁 기반이 될 수 있는 규모 있는 AI·클라우드 플랫폼 역량을 확보하고, 한국의 강점인 SW·HW 시너지로 공격적 전략을 세워 '테크 코리아 4.0'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류수정=환경 및 에너지 기술 중요성은 지속 커질 것이다. 특히 화석 연료에서 탈피하려는 시도가 가속화할 것이다. 현재 태양광, 풍력, 원자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은 비용과 안정성, 가용성 측면에서 좀 더 고도화 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AI와 메타버스는 산업 전반에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인프라 또는 또 다른 기술과 융합하는 솔루션 개발이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앞당겨진 오피스 대면 업무 축소 등 비대면 체계는 '뉴노멀'로 자리잡았다. 기술 융합은 미래사회에서 기술우위를 선점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자국 우선주의에 따른 공급망 재편은 제조 기업을 모국으로 돌려보내는 '리쇼어링'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같은 리쇼어링 붐은 제조업에서 자동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이는 빅데이터 활용, AI 서비스 융합 등 새로운 기술 및 트렌드를 탄생시킬 것이다.
◇이창양=2020년대를 관통할 핵심 기술 키워드는 '디지털 전환'과 '탄소 저감'이다.
먼저 AI, 사물 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은 많은 산업에서 기획, R&D, 생산, 유통 등 공급망 전반에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산업까지 창출한다.
예컨대 현대자동차,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이 R&D에 집중하는 자율주행차는 센서, AI, 빅데이터, 네트워크 등 첨단 디지털 기술과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킨 대표적 디지털 전환 사례다. 단순히 제품 변화에 그치지 않고 인포테인먼트, 운전자 헬스케어 등 다양한 연관 서비스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파생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한국은 전통적 제조업 강국이자 반도체, 네트워크, 디스플레이, 로봇 등 정보기술(IT) 측면에서 강점을 지녔다. 앞으로 산업 전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다양한 기술개발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에 설 수 있다.
글로벌 경제 핵심 이슈로 대두한 '탈탄소'도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다소비 업종 중심의 탄소 다배출 산업 구조를 가졌다. 특히 2018년을 기준으로 연간 탄소 배출량(7.3억톤)의 36% 이상이 산업 분야에서 배출된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해 탈탄소 기술 확보 및 공정 개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EU,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탄소국경세 도입 예고 등 기후변화가 주요 글로벌 경제·통상 이슈로 떠올랐다. 탄소저감 제품 및 공정 개선 기술개발은 산업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최근 인력 문제가 모든 산업에서 성장 발목을 잡고 있다. 극심한 저출산과 인구구조 변화로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권오경=창의성과 질적 역량을 갖춘 우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의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 커리큘럼을 대폭 개선해 과학기술과 공학·인문학을 연결하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또 논문 중심에서 벗어나 창업과 학제간 융합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 학생 대부분이 AI와 빅데이터까지 다룰 수 있게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또 △대학·대학원 배출 인력을 산업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 기반 수업(PBL) △ 체험형 교육프로그램(CUop) 실전형 연구·교육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AI 연구인력은 다학제적으로 접근해 AI와 신경과학, 기계공학, 인문학 등과의 융합연구로 기술 혁신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외부 수혈을 고려하는 방안도 있다. 해외 우수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기술이민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적극적 제도 개혁은 물론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으로 우수인재의 한국 유입과 정착을 촉진해야 한다.
◇정진택=국가 차원에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출산장려, 다자녀 가족지원, 보육 지원, 이민정책, 고졸 출신 취업 지원, 대학원생 확보정책 등을 통합 관찰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컨트롤타워가 요구된다.
대학과 기업의 인재 교류도 좋은 방법이다. 교수가 본인이 가진 지식 이상을 학생에게 가르치기는 어렵다. 대학이 특정 기업을 위한 교육을 하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최신 기술 변화 트렌드를 교수와 학생이 모두 학습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대학의 교류가 필요하다.
한국 인구구조가 과거와 달라지면서 고령화도 우리가 맞이할 또 하나의 문제로 떠올랐다. 고려대는 연내 '고령화 사회연구원'을 설립한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한국의 보건, 사회, 제도, 시설 등 환경적 문제를 융복합적으로 연구하고 해결책을 마련할 거점이다. 이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적 연구 활동과 적극적 사회공헌을 실천할 계획이다.
◇사회=기술 초강국을 위한 기술 혁신에는 정치권 역할도 중요하다.
◇노용호=국회가 규제 완화로 국민의 속도와 상식을 대변해야 한다. 산업계는 “국회가 관심 갖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국회가 산업과 기업 발목을 잡는 과잉 규제 입법을 양산했다는 의미다. 정치가 산업, 과학, 기술 논리를 압도해서는 안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의원 입법에 대해 규제영향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99.9%가 중소기업이다. 기술 고도화와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 필연적으로 경쟁 구도에서 탈락하는 기업이 나온다. 정치권은 이 같은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기 위해 '약자와의 동행' '공동체 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최근 1호 법안으로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입법 활동에 주력하겠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