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EDA툴 저가 공세 '美 지배력 흔들기'

“라이선스 1개 값으로 10개 부여”
국내 팹리스에 사실상 공짜 영업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 확대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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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툴 업체가 국내 팹리스 대상으로 '공짜'에 가까운 저가 공세를 시작했다. 미국이 EDA 툴 수출을 가로막자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중국 대표 EDA 툴 업체인 프리마리우스는 국내 팹리스 업계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저가 영업을 펼치고 있다. 고가 EDA 툴 구입 비용이 부담스러운 중소 반도체 팹리스와 스타트업이 집중 공략 대상이다. 일부 EDA 툴 라이선스 지원 기관을 상대로도 사실상 무료로 제품을 배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 EDA 툴 라이선스는 대외용 가격 '리스트 프라이스'가 있지만 실제 구매는 고객사와의 협상으로 결정된다. 프리마리우스 역시 경쟁사와 유사한 리스트 프라이스를 설정했지만 1개 라이선스 비용으로 다수의 라이선스를 배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개 라이선스 비용을 받으면서 실제로는 10개 라이선스를 부여하기도 한다”면서 “초기 라이선스 비용을 받지 않을 테니 우선 써 보라는 식의 영업 전략”이라고 밝혔다. 경쟁사와 같은 리스트 프라이스로 10개 라이선스를 부여하면 단순 계산을 하더라도 가격은 10분의 1로 줄어든다.

중국 공세는 미-중 갈등으로 미국산 EDA 툴 활용에 제한을 받자 자체 EDA 툴 시장 영향력을 키우려는 전략이다. 미국은 중국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EDA 툴 수출도 막았다. 중국 역시 미국 EDA 툴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자국 EDA 툴 개발과 시장 확산이 시급해졌다. EDA 툴은 사용자 확대가 시장 영향력과 직결되는 만큼 저가 공세로 한국 이용자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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팹리스 업계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지금까지 써 온 시높시스(미국), 케이던스(미국), 지멘스EDA(독일) 등 글로벌 상위 3개사의 EDA 툴에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이들 3개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80~9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 팹리스 대표는 “실제 프리마리우스 성능이 나쁘진 않지만 중국 의존도 확대 등 여러 사안과 얽혀 도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면서 “가격 경쟁력은 우수하지만 당장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설계를 지원하는 디자인하우스 역시 중국 EDA 툴 도입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국내 뿐 아니라 중국 팹리스 등 고객 저변 확대를 위해 중국 EDA 툴 업체와 협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파운드리 공정은 다양한 EDA 툴과 최적화를 해둬야 보다 많은 팹리스를 확보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프리마리우스와 플렉싱 EDA 툴을 채택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프리마리우스 EDA 툴 'SDEP'를 자사 파운드리에 최적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용어설명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툴=반도체 집적회로(IC)나 인쇄회로기판(PCB) 디자인을 설계·검증할 때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각종 회로 구현과 시뮬레이션, 해석 등 역할을 담당한다. 설계 영역별로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EDA 툴을 다수 이용하는데 반도체 팹리스와 설계 지원을 담당하는 디자인하우스뿐만 아니라 파운드리에서도 공정 최적화를 위해 EDA 툴을 활용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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