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제조서비스화, 제조산업 혁신주도 성장을 위한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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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인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주력산업 MD.

얼마 전 우리나라 대표적인 제조장비 기업을 방문해 기업의 미래 사업전략, 글로벌 1위 해외 경쟁기업과의 상품 전략 등에 관해 대화했다. 특이한 점은 제품 판매량은 국내기업이 높지만 매출액은 해외기업이 두 배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경쟁기업이 자사 판매 제품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추가적인 지능화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일부 제품은 직접 판매 대신 구독경제 형태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제품 기능이 고객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성능 자체가 경쟁 요소지만 기능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고객은 편의성·맞춤성·유연성 높은 제품을 선호하게 된다. 요즘은 제조기술이 발달해 경쟁사와의 제품 차별화가 어려워서 고객 가치 변화가 곧 제조산업에 혁신 촉발점으로 작용한다. 산업별로 시차가 있지만 제조자의 제품 공급 중심에서 고객의 활용 가치 중심으로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고객 가치 변화에 대응해 빠른 변신을 시도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은 앞에서 언급한 국내기업과 글로벌 1위 기업의 매출 차이로 나타난다. 기계제조업에서 나타난 이러한 변화는 과거 개인용컴퓨터 시장에서의 델 컴퓨터와 모바일 전화기에서의 애플 성공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을 기존 제조 중심에서 이제 고객의 활용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서 성공한 사례가 이미 제조산업에서 다양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자동차 및 기계산업과 같은 시스템 제조산업의 성장 과정은 초기에 낮은 인건비에 기반을 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시작했지만 자체 브랜드 개발 과정에서 일부 핵심부품 개발과 제품 성능 개선을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 현재 입지를 확보했다. 최근 이차전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와 같은 부품산업들은 독자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전반적인 제조산업은 과거와 같은 성장 속도를 보여 주지 못하고 성장 정체에 머무르고 있다. 초기 제조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 도입을 통해 산업 기반을 마련하고 지속 개선을 통한 품질과 가격 차별화 정책으로 수출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계제조업과 정보통신(IT) 기업이 고객 가치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해서 성공했듯이 우리나라 제조산업 역시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주장한 사업모델 혁신 중심으로 새로운 파괴적 혁신전략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즉 고객 가치가 제조기업의 목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목적에 충실할 수 있는 파괴적 혁신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끈 기업은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창출한 반면 과거 성공 습관에 머문 기업은 파괴적 혁신기업에 의해 시장에서 퇴출됐다.

우리는 현재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디지털전환 시대 중심에 서 있다. 산업 디지털전환의 주요 실행전략인 제조서비스화는 산업 전반적인 제조 고도화 활동을 지원하거나 제품의 다양한 활용 가치를 높이기 위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경제적인 활동이 핵심이다. 제조서비스화로 말미암아 제품의 활용 가치가 높아져서 고객 충성도가 강화되고 모든 제조 활동과 연계된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져서 제조산업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그러므로 제조서비스화는 성장정체기에 진입한 우리나라 제조산업을 한 단계 성장시키기 위한 핵심 정책이 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성공 기업도 우리나라 제조산업과 유사한 성장 과정을 거쳤지만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는 기존과 아주 다른 차별적 사업 모델인 제조서비스화 전략을 도입하는 파괴적 혁신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제조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시사점이다.

산업 디지털전환은 산업을 고도화하는 것으로, 가장 핵심적인 이슈는 제조서비스화다. 이는 고객 활용 가치에 기반을 두고 창의·융합적 사업모델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크리스텐슨 교수가 주장하는 파괴적 혁신 사례다. 제조서비스화를 통해 기존 제품 시장의 경쟁력 강화와 고객 중심의 새로운 서비스 창출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지난 20여년 동안 성장 정체를 겪은 우리 제조산업과 산업 기반 환경에 가장 적합한 성장 전략으로 작용할 것이다.

김낙인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주력산업 투자관리자(MD) naginkim@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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