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개발자 채용 미스매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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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채용 시즌이 돌아왔다. 올 하반기에도 개발자 유치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에 얼어붙은 투자 시장으로 정보기술(IT) 업계 개발자 유치전쟁이 한풀 꺾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핵심 인재를 모시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연봉뿐만 아니라 보너스도 줄곧 올랐다.

정부는 개발자 인력난을 개선하기 위해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비전을 제시했다. 소프트웨어(SW)교육이 활성화되며 초·중등 교육의 주요 과목이 '국영수코(코딩)'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7월에 발간한 'SW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SW 전문인력은 2019년 30만3000명, 2020년 31만5000명, 2021년 35만1000명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치열한 쟁탈전은 개발자 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공급은 증가하는 데도 가격이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일자리 미스 매칭 때문이다. 기업에서 말하는 '부족 인력'은 대학이 배출한 정보기술(IT) 전공자가 아니다. 실무에 바로 투입해도 무리가 없는 전문 인력을 의미한다. 막상 개발자를 뽑아 놓으니 회사가 원하는 역량을 갖춘, 검증된 개발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개발자는 많은데 개발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팀 단위 개발자 이직을 조건으로 리드급 개발자를 데려오는 양상도 펼쳐지고 있다.

미스 매칭은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심화된다. 자체적으로 코딩 문제를 제출하고 평가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미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다수의 기출문제가 돌아다니고 있는 등 문제가 여간 참신하지 않으면 변별력이 없다. 그렇다고 개발자 자리를 오랜 기간 공석으로 비워 둘 수는 없으니 딱 맞는 인재가 아니더라도 일단 채용부터 하고 본다. 구직자 또한 오랜 기간 무직 상태로 생활하기에는 부담이 커서 스타트업을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하고 취업한다. 스타트업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성장시킬 인재가 필요한 시기이지만 채용 미스 매칭에 발목 잡힐 우려가 있다.

개발자 실무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먼저 현장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파악해야 한다. 금융권, 전통산업군, IT업계 등이 요구하는 개발자 스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별 수요에 부합하는 인재를 선별할 수 있는 프로그램 신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개발자 채용 플랫폼인 프로그래머스를 운영하는 그렙이 민간인증 코딩 자격시험을 출시했다. 그렙 SW 개발역량 연구소에서는 실무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과제 테스트를 연구개발(R&D)하고 있다. 작은 기업도 지원자가 회사와 결이 맞는 개발 역량을 갖췄는지 확인할 길이 열린 것이다. 소수의 스타 개발자와 일부 빅테크만 참전하던 유치전에서 벗어나도 인재를 뽑을 방법이 생겼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이를 통한 스타트업의 성장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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