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면세점 빅4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 재편에 나섰다. 신세계면세점을 제외한 3개 면세점이 수장을 교체하면서 반전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중국 수요 부진, 장기화된 고환율로 내년 업황도 어두운 가운데 경영 효율화 등 본격적인 수익성 제고에 돌입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최근 인사를 통해 김준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면세(TR) 부문장으로 위촉했다. 면세점 수장 교체는 지난 2021년 김태호 부문장 선임 이후 3년 만이다.
김 신임 부문장은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TR 부문장에 내정됐다. 그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지난 2014년 호텔신라 경영지원실 재무그룹장으로 합류해 TR부문 재무그룹장을 거쳐 2018년부터 TR부문 경영지원팀장을 역임했다. 줄곧 재무 라인에 몸담아 온 사내 '재무통'이다.
이번 인사는 면세점 수익성 제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신라면세점은 3분기에만 영업손실 387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라이벌 롯데면세점 또한 인사·재무 전문가인 김동하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직전까지 롯데지주 기업문화팀장, 업무지원팀장을 지내며 조직문화 혁신과 경영 효율성 향상에 기여한 인물이다.
그간 면세점 대표 자리는 전략·영업 전문가의 몫이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면세점 큰 손인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단체관광객(유커) 수요가 회복하지 못하는 데다 고환율로 가격 경쟁력까지 잃고 있다. 업황 회복이 불투명한 만큼 외형 보단 내실을 다지는 것이 시급하다는 공통된 판단으로 분석된다.
업계 후발 주자인 현대면세점은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뒀다. 현대면세점은 4년 간 회사를 이끌어 온 이재실 대표가 물러나고 박장서 신임 대표를 임명했다. 기존 순혈주의를 깬 외부 인사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롯데·신라 등 주요 면세점을 거친 박 신임 대표의 경험을 앞세워 명품 브랜드 등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복안이다.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한 면세점 빅4는 체질 개선과 사업 전략 재편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 11월까지 올해 면세점 누적 매출은 12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연간 매출 25조원을 돌파했던 코로나 팬데믹 이전으로는 돌아가긴 불가능 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이궁·유커를 기반으로 한 시내면세점 의존도를 낮추고 개별관광객(FIT) 중심의 공항·온라인 면세점 비중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실적이 부진한 일부 시내 면세점과 영업 조직 효율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유신열 대표 체제를 이어가며 FIT 공략에 총력을 쏟고 있다. 글로벌 호텔·항공사와 다양한 제휴를 맺으며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항공사 캐세이퍼시픽·남방항공 등과 손을 잡은 데 이어 이달부터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도 마케팅 제휴에 나선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