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쿠팡이 배달 앱 수수료와 택배 노동 관련 사회적 합의 기구를 설치한다. 쿠팡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골자로 e커머스부터 배달·물류까지 야당이 주도하는 전방위 압박이 지속될 전망이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쿠팡 사장단 2차 간담회'에서 양 측은 다음주 사회적 합의 협약식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협약식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강한승 쿠팡 대표가 함께 지난 4개월 간 도출한 중간 합의 사항을 발표할 전망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쿠팡은 위원회 요구에 맞춘 개선 계획을 밝혔다. 우선 e커머스는 빠른 정산 서비스 대상 범위를 법인 사업자와 로켓그로스 셀러까지 확대한다. 내년 3월까지 이용률 90%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택배 표준계약서를 준수하고, 영업점 배송구역을 계약서에 명시할 방침이다. 배송 계약 해지 요건(클렌징) 10개 항목은 전부 삭제한다. 냉·난방 공간 등 사업장 근로 환경 개선에도 힘쓴다. 시민사회·언론 등에 대한 소송도 취하한다.
아울러 배달앱·택배심야노동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대화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부분에 대한 추가 협의를 이어가고 이행 상황을 지속 점검하기 위함이다.
배달앱 대화 기구는 모든 현안을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앱 수수료 체계와 수수료 인하는 물론 배달라이더 최저 배달단가 보장, 고용·안전 문제 등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야당 입장이다. 또 소상공인과 가맹점 단체는 물론 라이더 단체도 참여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도출한 배달앱 상생협의체 결론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사자 입장이 흔쾌히 대변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된 부분이 있었다”며 “이해 관계자를 대화 기구로 모셔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과 협의 이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다른 업체와도 협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 놨다.
지난 8월 을지로위원회는 현안 개선을 지적하는 '10대 요구안'을 쿠팡에 전달한 바 있다. 쿠팡 바로잡기 TF는 △e커머스 △물류(택배) △배달 △소비자·사회적 책임 등 4개 분과로 구성됐다. 지난달 1차 사장단 간담회에서 이행 상황을 점검한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병덕 을지로위원회 위원장과 '쿠팡 바로잡기' TF 소속 의원들, 박대준 쿠팡 대표 등 쿠팡 사장단(CLS·CFS·CES) 4명이 참석했다.
내년 사회적 대화 기구 출범으로 쿠팡에 대한 국회의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시장 내 쿠팡의 주도적 지위를 전제로 진행하는 대화 기구인 만큼 사실상 결론을 정해 놓고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플랫폼 규제를 골자로 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독점규제법' 등이 야당 주도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관리·감독이 플랫폼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시장의 메커니즘보다 정책적인 개입이 우선시 될 경우, 시장 기능이 활성화되기 어렵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플랫폼 성장과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