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종합반도체기업 2.0(IDM 2.0)' 전략으로 파운드리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섰지만 이미 다수 고객사를 확보하고 첨단 공정을 진행 중인 TSMC와 삼성전자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 인텔은 또 다른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텔이 던지 승부수는 바로 '반도체 설계 자산(IP)'이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 구매 심리가 위축돼 스마트폰과 가전, PC 수요가 둔화됐다. 반면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서버 수요는 견조하다. 데이터 처리량이 폭증하면서 향후 급성장이 전망되는 분야도 서버다.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인텔의 x86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 점유율은 89.3%에 달한다. 세계 서버 10대 중 8~9대는 인텔 x86 CPU를 사용한다는 의미다.
CPU 아키텍처 'x86' 시장에서 인텔 위상은 남다르다. 40년 넘게 이 시장에서 '왕좌'를 차지했던 만큼 축적한 반도체 IP 역량도 막강하다. 지금까지 인텔 x86 IP는 CPU 개발을 위한 인텔 전유물에 가까웠다. 인텔은 IDM 2.0 전략 실현을 위해 반도체 IP를 외부 생태계와 공유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인텔 파운드리 이용 고객이 x86 기반 IP를 이용하고 최적화된 공정으로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운드리 공정마다 최적화된 IP가 다르고 제공할 수 있는 IP 수 등에 제한이 있다. 인텔이 보유한 x86 IP는 세계 최고·최대 수준인 만큼 인텔 파운드리에서의 공정 최적화 작업도 유리하다. 그만큼 파운드리 서비스 품질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인텔은 x86뿐 아니라 자사가 보유한 ARM 기반 IP와 반도체 IP계 오픈소스라 불리는 'RISC-V' 공유와 투자를 확대한다. 강력한 IP를 앞세워 인텔 파운드리 생태계를 확장하고 다양한 고객을 품겠다는 전략이다.
인텔이 지난 2월 파운드리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10억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IP 활용 저변을 넓히고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툴을 비롯한 각종 소프트웨어(SW) 생태계도 강화하는 게 목표다. IP·EDA·설계 서비스 분야 역량을 키우고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까지 지원하는 등 인텔 파운드리 생태계에 보다 다양한 주체를 품으려는 행보가 한창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