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반도체 인재양성, 교육혁신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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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윤 교육부 차관

최근 미국은 반도체가 국가 경제와 안보에 중요한 자산임을 인식하고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확대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불과 열흘 만에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바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란 점은 세계 각국이 반도체를 바라보는 관점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와 안보의 핵심 자산임이 틀림없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가는 주요 산업이다. 한국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부터 꾸준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나노 생산 체계를 구축할 정도로 우리 기술력은 뛰어나다. 과연 초격차가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을까?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 모두 '결국 사람이 답'이라고 말한다. 초격차를 넘어 신격차를 창출할 석·박사급 고급 인재부터 현장에서 장비의 유지·보수를 맡는 실무 인재까지 반도체 관련 인재를 충분히 길러 내지 못하면 우리 반도체 산업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전역에 반도체 관련 대학·학부를 신설하고 대만은 대만반도체연구센터를 설립해서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등 세계 각국은 반도체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저마다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반도체 산업 확장세에 따라 산업 인력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향후 10년 동안 약 12만7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교육부는 오는 2031년까지 15만명의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는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지난달 19일 발표했다.

이를 수립하기 위해 교육부는 실업계고, 대학 등 교육 현장을 방문하고 산업계 전문가를 초빙한 가운데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했다. 학생, 교수, 대기업, 중소기업 등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으며, 현장의 요구를 밀접하게 반영한 정책이 수립되도록 소통하였다. 그 결과 △대학의 자율적인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는 과감히 철폐하고 △융합교육, 반도체 전공 트랙을 통해 핵심 인재를 양성하며 △반도체 인재 양성의 기반을 조성하는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이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마련될 수 있었다.

발표 후 우리 반도체 산업의 만성적 인력난을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방안의 실행력과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 재정 지원 규모의 불투명, 인력 공급 과잉 등이 그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하나하나 실행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은 국가의 생존전략 차원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분 없이 전국적으로 힘을 모아야 할 과제다. 교육부는 반도체 인재 양성에 대해 역량과 의지가 있는 대학이라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반도체 특성화대학 선정 시 역량과 의지가 있는 지방대학을 우대하고, 지방대학에 재정 인센티브도 부여할 예정이다. 지방 거점별로 반도체 인재양성 공동연구소를 지정하고 대학이 지방의 반도체 교육·연구·실습 중심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나아가 지방대학 여건 개선과 발전전략 마련을 위해 조속히 '지방대학 발전 특별협의회'를 구성·운영하고, (가칭)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 신설을 추진해서 지방대학의 재정 지원을 안정적으로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이번에 발표한 방안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재정 당국과 협의해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노력하고, 정책 추진에 필요한 법령과 규정을 신속하게 제·개정하는 등 인재 양성의 걸림돌을 제거해 나갈 것이다. 첨단산업의 분야·수준별 인력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과학적 인재양성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기존의 인력 수급 전망 체계를 발전 및 고도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 외에도 지속 가능한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관계부처와 협업, 중소기업 균형성장과 상생협력을 지원하는 등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시장 변화에 따른 반도체 인재 과잉 공급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산업계·교육계와 지속 소통하고 정책 추진 상황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반도체 인재 양성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애로 사항을 논의해서 해결할 수 있는 '(가칭) 반도체 인재양성 지원 협업센터'를 구축하고, 각 부처의 다양한 정책 수단을 활용해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추진체계 또한 마련할 것이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산업 분야 전반에 걸쳐 인재 양성 정책을 수립하고 관리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인재양성 전략회의' 신설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 정책은 방향과 속도가 모두 중요하다. 우리 교육이 미래를 이끌어 갈 첨단산업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정책의 큰 방향만큼은 확고하다. 교육의 유일한 목적이 산업인력 양성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산업계의 요구와 동떨어진 채 행해지는 교육은 생존하기 어렵다. 사회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으며, 교육도 그에 맞추어 변화해야 한다. 대학이 낡은 규제와 관행을 넘어 산업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정부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다.

반도체 전문 인재 확보를 위한 글로벌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섣부른 우려와 걱정으로 뒷걸음질해서는 안 된다. 방안 실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대학 및 산업 현장과 지속 소통하면서 차근차근 풀어야 할 일이다. 갈등은 사회 분열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정체된 사회체계에 혁신과 창조를 위한 압력을 가하면서 새로운 규범 및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눈앞의 갈등이 두려워서 한시가 급한 미래인재 양성을 미뤄서는 곤란하다. 학령인구가 줄어 갈수록 우리 아이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 미래를 이끌어 갈 첨단산업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중요한 책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반도체 인력양성 관련 향후 계획>

<필자>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국무조정실에서 사회 분야를 총괄해 온 정통 행정 관료다. 국무조정실 사회규제관리관 및 사회복지정책관, 국정운영실 기획총괄정책관 및 사회조정실장 등으로 근무했다. 코로나19 발생 후에는 국무조정실에서 코로나19 관련 실무를 맡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돼 교육부 장관 취임 전까지 2개월 가까이 직무대행을 했다. 교육부·기재부·산업부 등 8개 정부 부처, 기업, 연구기관 등으로 구성된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 특별팀' 팀장을 맡아 정부의 첨단분야 인재양성 정책 시행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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