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의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 데이터센터(IDC) 확대로 인한 탄소배출량이 급증하면서 수년 내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 구매가 새로운 비용 리스크로 부상했다. 통신사는 자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통신업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권 무상할당을 의제화하고 나섰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대상기업이다. 환경부가 지정한 할당 범위 내에서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고, 초과량에 대해서는 다른 기업의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기업별 온실가스 무상배출 허용량은 비공개다. 지속적인 탄소배출량 증가에 따라 통신 3사 중 KT가 2018년 배출권을 처음 유상 구매했고, SK텔레콤은 2021년 배출권 11억원치를 유상 구매했다. LG유플러스도 구매가 임박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배출량 139만8845tCO₂eq로 전년에 비해 8.2% 증가했고, KT는 130만5870tCO₂eq로 10.1%, SK텔레콤은 105만1348tCO₂eq로 1.1%가 각각 증가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폭증하는 데이터트래픽 처리를 위한 5G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과 IDC 설비 확대로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불가피하다”며 “탄소배출 부담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향후 수년내 수백억~수천억원 비용을 유발하는 핵심이슈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이 2025년까지 160억원, 2030년 800억원 비용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신사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 활동을 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ESG) 경영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전력 기지국과 IDC, 태양광·신재생에너지 활용 등 친환경 설비는 필수 요소가 됐다. SK텔레콤은 전력저감 활동으로 탄소배출권 1117톤을 인증받았다. KT는 약 2020년부터는 탄소배출권 30만톤을 판매하기도 했다. 통신사는 망 운영 효율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저감활동 차원에서도 공동망 구축과 같은 활동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통신사는 정부에 온실가스 배출권과 관련한 규제 개선을 본격 의제화한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통신설비의 공공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탄소배출권 규제와 관련해 환경부와 협조해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통신산업도 공익적 성격이 강한 철도, 공공 운송, 교육 등 분야와 같이 탄소배출권 무상할당 대상으로 인정해 달라는 주문이다.
다만 통신사가 영업이익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김지훈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데이터트래픽 폭증을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 확대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이 수직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은 지속가능한 인프라 유지에 상당히 곤란한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통신인프라의 공공성을 얼마나 인정해줄 것이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다 멀리 내다보고 지금부터라도 논의를 시작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2021년 통신사 온실가스 배출현황(단위: tCO₂eq)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