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규제 당국이 SK하이닉스의 키파운드리 인수를 승인했다. SK하이닉스는 키파운드리 인수에 필요한 경쟁 당국 승인을 사실상 완료하면서 인수합병(M&A) 마무리 절차를 밟는다. SK하이닉스는 키파운드리를 통해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두배 이상 늘릴 수 있게 됐다. 반도체 공급 부족을 겪는 8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 파운드리 설비 투자가 추가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반독점국은 최근 SK하이닉스의 키파운드리 최종 승인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인수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지 약 8개월 만이다. 앞서 3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가 SK하이닉스 키파운드리 인수건을 승인한 바 있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 중국 당국에 승인을 받는 데까지 걸린 14개월과 견주면 상당히 빠른 편이다.
다른 주요 규제 당국은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를 인수해도 시장 점유율 등을 고려, 경쟁 제한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를 위해 승인받아야할 규제 당국이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때보다 훨씬 적은 배경이다. 이 같은 기조는 중국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키파운드리 인수와 관련, 중국에 '패스트트랙(간이심사)' 신청했다. 경쟁 제한 가능성이 낮은 기업 결합은 간이 심사가 가능해 규제 당국의 신속한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키파운드리와 경쟁할 중국 8인치 기반 파운드리는 상당히 많은 상황”이라며 “기업 결합을 막을 큰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키파운드리 인수의 9부 능선을 넘은만큼 SK하이닉스는 M&A 마무리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를 품으면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2위 파운드리로 도약한다. SK하이닉스는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8인치 웨이퍼 기준 월 10만장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9만장 안팎의 키파운드리를 품으면 기존 대비 2배 가까이 생산능력이 커진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10위권 진입 가능성도 크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인수를 완료한 뒤 추가 설비 투자에 나설지 주목한다. 생산 능력을 키워 시장 대응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8인치 파운드리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병목 현상이 심하다.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중국 우시로 공장을 이전한 만큼 유휴 부지를 활용해 설비 투자 환경은 충분히 조성됐다.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있던 파운드리 공장은 클린룸을 그대로 뒀기 때문에 생산 설비 구축에 용이하다. 다만 납기(리드타임) 지연 등 8인치 반도체 장비 확보가 어려운 것은 걸림돌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8인치 파운드리 생산 환경을 조성할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설비 투자에 들어가더라도 가동에는 시간이 걸려 시장 실기(失期) 우려도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표]국내 8인치 파운드리 월 생산능력
자료=업계 취합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