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력산업을 주도할 유력한 후보는 디지털 전력 플랫폼입니다. 전기의 생산, 흐름, 소비 과정에서 취합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전기, 생산, 흐름 소비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박진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는 우리나라가 미래 전력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력 플랫폼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력 플랫폼을 활용하면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 수요를 파악해 전기 부하를 조절할 수 있다. 소비자는 클릭 몇 번 만으로 전기 소비 방식을 선택하고 가전제품까지 제어한다. 디지털 전력 플랫폼이 활성화하면서 공급 위주인 현행 전력산업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박 변호사 분석이다.
박 변호사는 “전기는 물질의 물리적 이동을 수반하지 않은 채 거래되기 때문에 플랫폼 거래에 가장 적합한 에너지 공급방식”이라면서 “플랫폼 사업자들이 전력 생태계에 참여해 현행 전력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에너지 분야 법 전문가다. 1998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4년부터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근무하고 있다. 전력과 재생에너지, 액화천연가스(LNG), 해외자원개발 등 에너지 규제와 프로젝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태평양에서 근무하면서 에너지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2011~2012년 1년 간 미국 휴스턴대 로스쿨에서 에너지자원 법률 과정도 공부했다. 이후 2018년에서 2020년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회에 참여했고,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개발전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발전공기업과 민간 발전사의 다수 법 자문 경력을 갖췄다.
박 변호사는 최근 세계적인 유례를 찾기 힘든 에너지 위기가 불거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에너지 안보' 총력전에 돌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기요금 정상화로 우리나라 국민들 에너지 안보 감각을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현재 세계 에너지 위기는 정말 심각해 미국, 유럽, 일본에서 올여름 '블랙아웃' 가능성도 공공연하게 보도되고 있다”면서 “세계 에너지 가격은 경보를 요란하게 울리지만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아무런 신호도 보내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적정원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요금은 무분별한 전기 소비를 장려해 한국전력공사 적자를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면서 “전기요금 정상화 없는 한전에 대한 정부의 자금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산업부가 추진하는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전력시장가격상한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세계적인 에너지 원자재 가격으로 인해 정부가 대응에 나선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인위적으로 전력도매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는 전력거래가격 변동성에 대한 임기응변의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전력시장의 불안정성을 완화하는 데 실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제도는 전력시장의 리스크 완충장치인 계약제도를 제거해 세계 에너지 위기가 전력시장 총체적 위기로 이어지도록 방치한 정책 실패 결과물”이라며 “전력시장 리스크에 대한 해결책은 전력시장에 계약시장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