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영광 되찾자”…日 반도체, 공급망 재편 틈타 전방위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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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주 테일러시 토칼로 공장 부지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기회 삼아 미국 진출에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13일 미국 애리조나 주정부에 따르면 이달 일본 기업 토칼로(TOCALO)가 애리조나 챈들러시에 2980제곱미터 규모 산업 공간을 임대했다. 토칼로는 반도체 제조 장비에 필수적인 첨단 표면 처리 및 열 스프레이 기술 전문 기업으로, 이번 시설은 미국 내 두 번째 거점이 된다. 피닉스 광역권에 속한 TSMC 대규모 팹 클러스터 '실리콘 데저트(Silicon Desert)' 주변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토칼로 외에도 최근 일본 기업들의 미국 피닉스 지역 공급망 확대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반도체 소재 분야 강자 신에쓰화학그룹은 올해 이 지역에 1596제곱미터 규모 산업용 건물을 신축해 인프라를 확장하기로 했다. 반도체 정밀 부품을 생산하는 NGK 인슬레이터도 5600만달러를 신규 투자해 기존 공장 생산 능력을 20퍼센트 늘릴 계획이다.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 중 하나인 도쿄일렉트론은 피닉스 지역 제조 기반을 일본 본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AI 수요 증가에 대응해 미국 지역 내 생산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최첨단 반도체 제조 파운드리와 로직칩 양산에서는 한국과 대만에 밀렸지만 소재·부품·장비 영역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강자다. 미국 피닉스 실리콘 데저트에 진출하는 기업들도 이 소재 장비 강점을 발판삼아 TSMC 팹 주변 공급망에 참여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약 50퍼센트에 달했지만 현재는 8퍼센트 수준으로 하락했다. 특히 최첨단 로직 기술에서는 TSMC·삼성·IBM·인텔 등에 10년 이상 뒤처져 있다고 평가된다.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자국내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1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라피더스에 2026년 회계연도 6315억엔의 추가 보조금을 승인했다. 라피더스에 대한 누적 정부 지원 규모는 2조3540억엔(약 22조원)까지 늘어났다.

현재 라피더스는 홋카이도 치토세 공장에서 2나노 반도체 시험 생산 라인을 가동 중이다. 내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며, 이달 공장 인접지에 분석센터와 후공정 연구개발 시설(RCS)의 개소식을 열며 개발 환경을 강화했다. 첫 주요 고객으로 후지쯔를 확보한 상태다. 반도체 디자인과 생산을 모두 일본 내에서 진행하면서 2029년에 AI 전용 반도체를 대량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에서는 라피더스가 확실한 글로벌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하는지 여부가 향후 일본 반도체 산업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히가시 테츠히로 라피더스 회장은 “LSTC(Leading-edge Semiconductor Technology Center)를 통해 해외 대학·기업과도 연계, 반도체 글로벌 산업 전반을 성장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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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더스 훗카이도 치토세 공장 후공정 연구개발 시설(RCS) 개소식. 〈사진=라피더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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