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칼로레아.' 6월 1일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심심치 않게 들리는 단어다. 다수의 교육감 후보가 바칼로레아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권자는 바칼로레아를 알까. 아니 알고 모르고를 떠나 유권자에게 바칼로레아가 가슴에 와 닿을까. 물론 교육감을 뽑는 유권자 가운데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학부모를 제외한 상당수는 교육에 별 관심이 없다. '왜 교육에 관심 없는 사람까지 교육감 선거 유권자로 포함했을까'라는 논의는 선거가 코앞인 상황이어서 다음으로 미루자.
바칼로레아는 프랑스의 대학입학자격시험이다. 1808년 나폴레옹 시대 때 도입된 이래 역사가 214년 됐다. 10년이 멀다 하고 변경되는 우리나라 대학입시 제도와 비교하면 엄청난 역사다. 암기식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깊이 생각해야 하는 논술형 문제가 출제된다. 크게 인문·사회·자연과학 분야로 나뉜다. 절대 평가로, 20점 만점에 10점만 넘으면 합격이다. 합격한 학생은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지원한다. 프랑스 일반 대학은 학생 수가 정해져 있지 않다.
국내에서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도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영국과 스위스 공동 주관으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 스위스 국제학교협회 본부가 인정한 학교에서 2년 동안 수업을 받은 후 IB에 합격하면 가맹 국가의 대학에 입학하거나 대학입시를 볼 자격이 주어진다. 현재 150개국이 고교 과정에 IB를 도입했다. 세계 2000개 대학에서 입학자료로 사용한다. 미국의 하버드대, 영국의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등 유명 대학도 다수 포함됐다.
교육감 후보 공약처럼 우리나라도 IB 도입이 가능할까. 현재로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 대학입시의 현실은 IB가 지향하는 바와 다르다. 우리나라 대학입시는 다양성보다 공정성을 중시한다. 수시보다 정시 위주로 무게 중심이 옮겨 간다. 수능은 누가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생각을 하느냐보다 누가 얼마나 유사한 문제를 많이 풀어 봤느냐가 좋은 성적을 내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국내 IB 도입 논의는 최근이 아니다. 4~5년 전, 부분적으로는 10년 전부터 IB 도입 논의가 있었다. 그때도 지역 교육감 중심으로 IB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현재 IB를 도입한 학교는 제주 한 곳, 대구 세 곳에 불과하다. 해외 대학을 준비하는 학교가 아니라면 국내 입시 현실에 도움이 안 되는 IB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교사 모두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전 세계 학생이 다양한 지식과 자유로운 사고 기반으로 사고력 교육을 하는데 우리나라 학생은 언제까지 획일화된 입시 교육을 해야 할까. 쉽지 않은 얘기지만 변해야 한다. 초·중·고교 학생에게 누구나 똑같은 과목을, 똑같은 생각을 하게 하는 교육은 개선돼야 한다. 당장 대학입시가 걸려 있는 고등학교 교육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초·중학교 교육부터 변해야 한다. 이보다 앞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컴퓨팅적 사고력을 높이기 위해 초·중학교에 소프트웨어(SW) 교육을 도입했지만 무용지물이다. 수업 시간이나 교사 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SW 교육을 왜 받아야 하는지조차 모른다. SW 교육은 '컴퓨팅 싱킹' 기반의 사고력을 높이는 교육이다. '코딩'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사고력 교육보다 코딩 교육을 한다. 교사조차도 잘 모르고, 학생은 재미가 없다. SW 교육이 외면받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29일 초·중학생 대상의 국내 유일 SW 사고력 경진대회인 'SW사고력 올림피아드'(SWTO)가 열린다. 올해 8회째를 맞는 SW 사고력 올림피아드는 전국 9개 도시에서 초·중학생 2500명이 참여한다. 학생들 참가비는 무료다. 서울교대를 비롯해 KAIST, 경북대, 동서대, 제주대, 조선대, 연세대(미래캠), 한국항공대, 한동대 등 9개 대학이 지역별로 개최한다.
SW 사고력 올림피아드가 초·중학생들의 SW 사고력을 높이는 해법으로 제시된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무료로 열리는 SW 사고력 올림피아드를 관련 당국이 지원해서 위상을 높이고, 더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초·중학생 대상이어서 대학입시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초·중학생 때부터 SW 사고력을 높이면 고등학교, 대학교에 들어가서 '컴퓨팅 싱킹'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스티브 잡스 같은 창의적 인재와 애플·구글 같은 세계적 기업이 탄생할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공익적 민간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해야 할 때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