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와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계가 지난달부터 '해외주식 소수점거래' 서비스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투자 문화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시세차익이나 배당 목적이 아니라 자기만족, 희귀 주식에 대한 소유욕구 충족 등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사례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토스증권이 제공하는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를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버크셔해서웨이 클래스A' 등 초고가주를 매입하는 투자자가 급증했다.
버크셔헤서웨이는 워렌 버핏 회장이 이끄는 투자 지주회사로, 주식 1주당 거래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유명하다. 버크셔헤서웨이 클래스A는 29일 종가 기준 1주에 49만9000달러(약 6억3000만원)에 거래 중이다.
이는 워렌 버핏 회장이 지분을 적게 가져가면서도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한 경영 철학이 반영된 조치다. 그는 높은 주가가 장기 이익에 초점을 맞춘 투자자를 유입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경영 임기 동안 액면 분할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버크셔헤서웨이 클래스A의 주가는 소규모 투자자를 위한 버크셔헤서웨이 클래스B에 비해 약 1500배 높으며 의결권은 무려 1만배에 달한다.
1주 가격이 수도권 아파트 1채 수준이기 때문에 이를 개인 투자자가 소유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이 종목의 주주라는 인증만으로도 고액자산가를 입증하는 증거로 통했으나, 소수점 거래가 도입되면서 누구나 단돈 1000원으로 '명품 주식'의 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는 토스증권이 운영하는 투자자 커뮤니티 시스템 덕분에 효과가 더욱 극대화된다. 토스증권은 플랫폼 내부에서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허용하면서, 주주가 아닌 이들이 허위 정보 등을 통해 시장을 교란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특정 종목의 보유 여부를 뱃지로 표시하는 시스템을 채택했다. 토스증권은 종목 보유 여부 외에도 '고액자산가' '인플루언서' '모험가' 등의 호칭을 각 이용자에게 부여하는데, 이는 토스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
토스증권은 이와 같은 투자 트렌드를 파악하고 이를 마케팅에도 적극 반영하고 있다. 버크셔해서웨이 클래스A를 해외주식 소수점거래 종목 제일 상단에 배치하고, 이밖에 1주에 200만원을 넘는 아마존, 알파벳A(구글), 부킹홀딩스, 테슬라를 전면 배치했다. 마치 적금처럼 이들 종목을 한달에 일정 금액만큼 투자할 수 있는 '모으기' 기능도 새로 선보였다.
카카오페이증권 역시 기존 증권사 MTS와 차별화할 전략을 위해 카카오톡과 연계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중으로 선보일 '카카오톡 주식 선물하기'가 대표적이다. 기존 기프티콘에 익숙한 카카오톡 이용자들에게 자연스럽게 플랫폼으로 유입할 계기를 마련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 도입을 계기로,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 없이 선물하는 등 일상과 연결된 주식에 대한 새로운 투자 문화를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