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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국에 '왕좌'를 내줬다. 시장조사기업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41.5%를 기록했다.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우리는 중국보다 8.3%포인트(P) 낮은 33.2%에 머물렀다. 2004년 일본을 제치고 디스플레이 시장 1위에 오른지 17년 만에 세계 최강자 타이틀을 넘겨준 것이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디스플레이 시장 변화를 보며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란 책을 떠올렸다고 했다. 책에 등장하는 스니프와 스커리는 수많은 시행 착오 끝에 새로운 치즈 창고에 도착, 난생 처음 보는 온갖 종류의 치즈를 만끽한다. 언제 바닥날지 모르는 현 창고에 안주하지 않은 결과다. 반면에 헴과 허는 현실에 머물렀다. 갈수록 줄어드는 치즈만 바라보며 누군가 치즈를 다시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결국 좌절한다. 이 부회장은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도 마찬가지”라며 “미래에 대한 대비 없이는 언제 몰락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은 일본을 추월하며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그러나 잠시 방심하는 틈을 타 중국이 호시탐탐 시장을 노리고 있다. OLED 등 첨단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우리가 경쟁 우위에 있지만 이 또한 영원하진 않다는 것이 이 부회장 생각이다. 디스플레이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권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시국에 디스플레이 산업계를 대표하는 협회 부회장에 취임한 이 부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전자신문은 이 부회장과 함께 현재 디스플레이 산업 상황을 진단하고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강국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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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장지영 소재부품부 부국장

-지난 3월 14일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소회를 간단히 밝힌다면.

▲우리나라 대표 선두 산업이자 신성장 분야인 디스플레이 산업계를 대변하고 정부와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으로 취임해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최근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면서도 경쟁국의 거센 추격과 코로나19,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확대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과 산업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마음이 강하다. 업계와 소통을 강화하고 정책적 지원까지 이끌어 낼 계획이다.

-중국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을 빠르게 추격 중이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진단한다면.

▲디스플레이는 반도체, 배터리 분야와 같이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 경쟁이 아닌 한국과 중국 양자 체제로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중국이 2018년부터 세계 LCD 시장 1위에 올라섰다. 고부가가치 품목인 OLED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한국 83%, 중국 17% 점유율로 우리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가 압도적인 기술력과 점유율을 자랑하는 OLED도 1990년대 실험실 연구에서 시작해 3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대량 양산체제를 갖출 수 있었다. 그만큼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과 상품화를 위한 정부 투자 지원이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되는 절체절명의 급박한 현실이다.

-중국의 성장 요인으로 단연 정부지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중국 정부는 어떤 지원을 했나.

▲중국은 2010년 7대 전략적 신흥산업에 디스플레이를 포함시켰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을 육성시켜 왔다. 대표 산업 정책으로 2014년 '2014-2016 신형 디스플레이산업 혁신발전 행동계획', 2017년 '2018-2020 신형디스플레이산업 혁신발전 행동계획' 등이 있다. 지난해 '2021-2030 신형디스플레이산업 수입관세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으로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은 '인프라 구축→설비투자→패널 생산→판매'라는 전(全) 단계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다. 중국 정부는 인프라 구축 단계에서 토지, 용수, 전기 등 시설 대부분을 무상 지원한다. 생산 단계에서는 법인세 감면, 판매 단계에서는 목표 수율 달성 시 격려금을 지원한다. 적자 발생 시 보조금까지 지원한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BOE가 1조6000억원, CSOT가 9000억원 규모 적자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중국 디스플레이 1위 기업인 BOE는 2018년에 양산한 세계 최대 10.5세대 LCD 공장 건설에 총 7조원을 투자한 바 있다. 여기에 허페이 지방정부와 금융기관에서 총 투자금 90%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 BOE가 7000억원만으로 세계 최대 LCD 공장을 건설하게 된 배경이다.

-과거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름잡던 일본이 현재는 몰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원인과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일본은 세계 최초로 LCD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초기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차세대 분야인 5세대 LCD 신규 투자를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여기에 힘입어 2004년에 처음으로 일본을 뛰어 넘고 세계 LCD 시장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일본 정부는 디스플레이 부활 정책으로 2012년에 2조원을 투입해 소니, 도시바, 히타치 LCD 사업을 통합한 재팬디스플레이(JDI)를 설립했다. 이런 노력에도 이미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은 그대로 몰락하고 말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본 전자산업의 동반 쇠퇴를 불러왔다. 디스플레이 해외 의존도가 높아져 프리미엄 TV 개발에서 뒤처졌다. 샤프는 2016년 대만으로 매각, 도시바 TV 사업부는 2017년 중국으로 매각되는 등 일본 TV 시장 점유율이 2008년 40%에서 2021년 12%로 하락했다. 모바일 시장도 OLED 패널 미적용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퇴출됐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 점유율이 2008년 20%에서 작년 1%로 하락하는 등 전자산업까지 몰락했다.

일본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기업의 선제 투자와 시의적절한 정부의 육성 지원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은 미래 시장을 주도하려고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일본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전폭적인 정부 지원이 더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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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 약점은 무엇인가.

▲디스플레이 산업은 거대한 항공모함 전단으로 비유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같은 패널 기업이 거대한 항공모함이라고 한다면 이를 호위하고 받쳐주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구축함, 비축함, 공격형 잠수함 등 역할을 하면서 공급망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역할이 없다. 유기적인 선순환적 구조로 항공모함 전단이 운영되는 것처럼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패널 기업 경쟁력뿐 아니라 소부장 기업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더욱 튼튼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해외 의존하는 핵심 소부장 국산화와 선제적인 차세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소부장 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테스트할 전문 연구 시설이 필요하다. 지난 3월 착공한 디스플레이혁신공정센터가 내년 말 완공되면 소부장 신뢰성 검증과 R&D 지원 등을 수행하며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를 한층 강하게 키울 것으로 기대한다.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을 지속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부분을 지원해야 하는가.

▲우리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술 초격차를 실현하려면 전폭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민간 투자를 이끌어 낼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과 '조세특례제한법' 내 국가전략기술에 디스플레이를 포함시켜 R&D와 설비 투자 세제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지원도 필요하다.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공간표시 디스플레이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대규모 예타사업이 추진돼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투자하는데 한계가 있다. 정부 대규모 예타 사업이 필요한 이유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혁신기술을 개발하려면 석·박사급 고급 인력 양성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자율주행차 등 융합 기술 개발을 위한 디지털 융합인재 양성도 필요하다.

협회도 기업 애로사항을 정부에 적극 건의하고 기업이 투자를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디스플레이 산·학·연을 대표하는 '디스플레이 발전전략 협의체'를 발족시켜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부 지원 정책 도출, 기술로드맵 검토, 공급망 점검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논의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경력도 있다. 글로벌 통상 환경 속에서 협회 역할은 어떤 것이 있나.

▲통상은 어제의 친구라도 자국 이익이 걸린 문제라면 언제든지 다자 협상의 장에서 날카롭게 공격한다. 지난 2019년 일본과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관련 무역분쟁은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으로서 빠른 대응과 본부와의 유기적인 피드백으로 잘 극복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최근 세계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는 통상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디스플레이도 중국과 베트남에 이어 인도 등으로 진출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우리 수출기업에서 통상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통상 문제는 주로 국가 간 합의를 통해 해소된다. 협회는 업계의 통상 애로를 신속하게 우리 정부에 전달, 해소될 수 있도록 업계와 정부의 가교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부품 국내외 생산과 수급 현황, 재고 수준 등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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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부회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입지총괄과장을 맡아 남북 정상회담 후속조치에 따른 '해주 경제개발특구' 청사진을 마련했다. 산업단지 육성과 우리 기업의 공장설립 간소화를 위한 기업지원 정책을 수립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성장동력정책과장을 맡아 '산업융합촉진법' 제정 등 신산업창출정책을 총괄했다. 이를 인정받아 박근혜 정부에서는 보건복지부로 파견, 보건산업정책국장을 맡아 '의료기관 해외진출법'을 제정하고 우리나라 바이오헬스산업을 적극 육성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중견기업정책국장을 맡아 우리나라 기업 구조의 성장사다리 마련을 위한 중견기업 육성 정책을 이끌었다. 올해 3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정리=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