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제조업 유니콘

국내 유니콘 기업이 작년 말 기준 18개사라는 통계가 나왔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13개사에서 2021년 한 해에만 집계 이래 최다인 7개사가 추가돼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유니콘은 비상장사이면서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기업이다. 창업·벤처 생태계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스케일업)를 보여 주는 중요 지표로 인식돼 중기부는 매년 유니콘 기업 현황을 집계해서 발표하고 있다. 중기부는 2월 자료를 내면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3개사)과 비교하면 불과 4년 만에 6배나 증가, 제2 벤처 붐이 본궤도에 올랐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18개 기업 리스트를 보면 한번쯤 서비스를 이용했거나 뉴스나 광고 등에서 들어 본 회사들이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방', 마켓컬리로 유명한 '컬리', 오늘의 집으로 알려진 '버킷플레이스' 등이 지난해 새롭게 등극한 유니콘이다. 더 낯익은 야놀자, 무신사, 쏘카 등은 이미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이들 면면을 살펴보면 공통된 특징이 보인다. 일정한 틀 내에서 거래가 일어나는 이른바 플랫폼 기업이 다수고,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사업하는 회사라는 점이다. 메디힐 마스크로 알려진 '엘앤피코스메틱', 바이오 의약품 업체 '에이프로젠'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전부가 내수 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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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기업 현황(자료: 중소벤처기업부)

유니콘 기업이 됐다는 것, 기업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역량이 우수해서 성장성도 기대된다는 뜻이 담겼을 것이다. 국내 유니콘 기업 증가는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리스트에서 볼 수 있듯이 플랫폼과 내수에 편중돼 걱정이다. 완제품이나 부품·장비·소재 등 하드웨어를 만드는 제조 스타트업, 해외 시장 개척에 성공한 회사는 언제부턴가 자취를 감췄다.

제조업의 가치, 수출의 중요성이 떨어져서일까. 한국 경제의 근간은 제조업이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2020년에 발표한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CIP)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152개국 가운데 독일, 중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산업연구원은 코로나19 충격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로 선방한 건 제조업에 있었다고 풀이했다.

제조업은 또 특성상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고 하드웨어는 그 자체로 플랫폼과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며, 이제는 전기차·자율주행차로 전환하고 있다. 수출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제조와 수출이 한국 경제의 핵심임에도 어느 순간부터 유니콘은 고사하고 하드웨어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을 찾아 보기도 매우 어렵다.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보다 더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한다. 매출을 내기까지 시간도 더 오래 걸린다. 벤처캐피털이나 창업자들이 투자 및 도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다. 스타트업레시피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약 12조286억원의 돈이 국내 스타트업에 유입된 가운데 컨슈머테크, 바이오헬스케어, 소프트웨어, 핀테크 등에는 조 단위의 자금이 투입됐지만 반면에 제조 분야에는 약 3300억원만이 들어갔다. 투자 건수 역시 컨슈머, 바이오, 핀테크 등에 훨씬 못 미쳤다.

제조는 포기할 수 없는 미래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우리는 제조업의 중요성을 절실히 확인했다. 제조 스타트업이 자라나고 유니콘이 될 수 있는 토양과 자양분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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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업종별 투자금액(자료: 스타트업레시피 투자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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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업종별 투자 건수(자료: 스타트업레시피 투자리포트)

윤건일 벤처바이오 부장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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