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수급난, '후공정'까지 덮쳤다

OSAT업계 “납기 일정 2배 늘어”
칩 조립·테스트 차질, 출하 '비상'
수요 급증…연말 장기화 불가피
국산 설비투자 확대 주도권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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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패키지 기술 분야별 세계 시장 규모 전망

반도체 후공정(OSAT) 업계가 신규 장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장비 발주 후 입고까지 걸리는 시간(리드타임)이 2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도체 장비 수급난이 전공정에 이어 후공정까지 전방위로 확산되는 추세다.

공급 부족으로 생산시설 확대가 절실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반도체 공급난이 악순환의 늪에 빠진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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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칩 조립과 테스트에 쓰이는 후공정용 반도체 장비 리드타임이 전 영역에 걸쳐 평균 2배 이상 늘어났다. 평소 6개월 수준이던 리드타임이 12개월 이상 길어졌다. 후공정 장비를 주문하면 1년 뒤에나 받을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웨이퍼레벨패키지(WLP)나 플립칩 등 성숙 후공정 장비뿐만 아니라 팬아웃(FO) 등 첨단 공정 장비의 리드타임도 2배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미리 장비를 주문해 놓지 않은 OSAT 기업은 설비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첨단 후공정 장비도 평시 3~4개월 리드타임에서 6~8개월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첨단 공정 장비는 시장 비중이 크지 않아 성숙 공정 대비 수요가 덜한 데도 리드타임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패키지를 절단하는 '소잉' 장비와 테스트 장비 쪽 리드타임이 상대적으로 길어졌다. 반도체 절단 장비 시장에서 강자인 일본 디스코 장비의 리드타임은 1년 6개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는 “디스코가 전 공정에 가까운 웨이퍼 절단 장비 수요에 집중 대응하다보니 패키지 절단 등 후공정 장비 공급은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면서 “테스트 장비도 전공정 시장에 우선 대응하다보니 후공정 리드타임 지연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테스트 장비 쪽에는 미국 테러다인과 일본 어드반테스트 장비 납기가 길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전공정에 이어 후공정까지 장비 수급난이 악화한 것은 투자가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세계 반도체 제조사와 OSAT 기업은 첨단 미세공정 상용화가 더뎌지자 후공정 생산능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후공정 장비도 외산 의존도가 높지만 전공정 장비보다 공급자가 다양한 편이다. 대체재가 많은 편인 데도 장비 수급난이 심화하는 건 공급 대비 수요가 확대됐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반도체 제조사가 전공정에서 기술 한계를 후공정으로 해결하기 위해 투자를 급격히 늘였다. 마이크론도 필리핀과 대만에 후공정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후공정 장비 납기 지연은 올 연말까지 장기화 조짐으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OSAT 기업인 앰코는 올해 설비 투자(CAPEX)를 전년 대비 22% 늘린다.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시장 1위 업체인 ASE를 추격하기 위해서다. ASE도 수요 증가에 따라 설비 투자를 확대할 공산이 크다. 국내 주요 OSAT 기업도 전년 대비 2배 가까운 설비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를 우선 확보하려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외산 대비 상대적으로 짧은 리드타임이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최근 외산 장비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OSAT 업체가 국내 장비를 대안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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