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후 야근이나 약속을 마친 늦은 시간에 택시를 잡는다는 건 상상하기도 어렵다. 일반택시, 고급택시, 모범택시, 대형택시 등 종류와 상관없이 모든 플랫폼에서 택시들은 '운행 중'이다. 혹시나 운 좋게 택시 기사님 정보와 차량번호가 앱에 뜨는 날엔 마치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중요했던 택시 서비스 품질이나 청결은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다.
원인은 심플하다. 운전자가 없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전국 택시 면허 대수는 2021년 12월 31일 기준 25만23대와 운전자 24만90명, 2년 전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12월 31일에는 각각 25만1793대와 26만7189명이었다. 2년 전과 면허 수에는 커다란 차이가 없지만 운전자는 무려 2만7099명이 줄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개인택시 운전자 수는 16만4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택시(법인택시) 운전자는 매년 12월 31일 기준 2019년 10만2320명, 2020년 8만5169명, 2021년에는 7만6403명으로 2년 사이 무려 4분의 1 이상인 2만5917명이 줄었다. 특히 서울시 일반택시 운전자는 2019년 3만527명에서 2021년 2만888명으로 무려 9639명이나 감소하는 등 택시 운행 대수가 줄어 승객들의 불편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2020년 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우버는 코로나19가 안정되면서 70% 선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요금은 2018년 말과 비교해 2021년 7월 92%나 상승했다. 미국 역시 호출할 수 있는 차량이 부족해서 탄력 요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약 40%의 운전자 부족을 겪었고, 현재는 가스 가격 인상에 따른 탄력요금제를 추가 적용하고 있다.
우버와 탄력요금제 폭은 다르지만 우리나라 택시업계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급감했고, 우버와 차량 부족 원인은 유사하다. 운전자 건강에 대한 우려, 경기부양책 일환으로 지급한 재난지원금에 따른 노동 유인책 부족, 수익 높은 배송서비스 업종으로의 이직, 최근에는 연료비 상승에 따른 수익 감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 우리나라는 택시 운전자 연령대가 높아 배송서비스로의 이직률은 그리 높지는 않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현재 서울시 일반택시 가동률은 30%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운전자가 없는 상황에서 업체들의 대응도 한계가 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승객들은 택시 잡기가 어렵고 택시 운전자들은 수익 감소에 따른 이직, 업체 대표들도 수익 감소와 경영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 증대, 택시 제도를 운용하는 지자체 차원에서는 대책과 실효성에 대한 압박도 증대하는 등 이해관계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택시 기능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에서 공개한 2018년 서울시 택시 리포트에 따르면 당해 연도 전체 승객 가운데 1~2㎞ 이하 거리 탑승 건수는 전체의 18.6%, 5㎞ 이하는 전체의 58.6%를 각각 차지했다. 택시라는 이동수단의 사용 목적이 언젠가부터 목적지까지 이동하기 위한 주요 교통수단이 아니라 집에서 지하철역 등 단거리를 연결하는 라스트마일 수단으로 기능이 전환됐다. 우버가 전기자전거 '점프바이크'를 운영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해외 주요 도시들은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의 안전 확보를 위한 공간 확장과 함께 최종구간 이동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카풀과 타다 사태가 남긴 것 가운데 하나는 택시 및 모빌리티 서비스가 국내에선 적대시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적지 않은 언론에서 플랫폼 운송사업(타입1), 플랫폼 가맹사업(타입2), 플랫폼 중개사업(타입3)으로 제도화된 운송플랫폼 사업 가운데 타입1이 활성화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예를 들면 위태로운 일반택시를 활용한 타입1 활성화도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택시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사용자 관점에서 다양한 이동 수단과의 역할 분담과 연계 등을 통한 편의성을 함께 고민하고, 택시 산업도 모빌리티의 일부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정책과 규제 해소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정점을 지나 정상적 이동이 가능한 시점에 대비해 혁신적인 이동 정책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시점이다.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 dwcha@up-in-the-a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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