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대한민국, 글로벌 보건 리더로 나아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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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이 100억회 접종되었으나 아프리카에서는 한 번도 접종받지 못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83%라고 한다. 이런 불평등의 원인은 백신 생산 기술이 몇 개 선진국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WHO는 세계적 코로나19 유행 이후 고소득 국가와 중·저소득 국가 간, 대륙 간 백신 공급 불평등 해소 및 중·저소득 국가 백신 생산 역량을 높이기 위해 '기술이전 허브'(mRNA transfer hub)와 '인력양성 허브'(Global Biomanufacturing traing Hub) 두 가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작년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컨소시엄을 '기술이전 허브'로 지정하고, 올해 2월 수혜국으로 아프리카·아시아·남미 대륙 13개국을 지정했다. 그리고 지난 2월 23일 WHO는 우리나라를 'WHO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로 단독 선정했다.

이제 한국은 WHO가 선정한 '인력양성 허브'로서 중·저소득국 인력을 대상으로 백신·바이오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교육 훈련을 제공하게 된다.

일반 제조업과 달리 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GMP(바이오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인증 시설과 이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숙련된 인력이 필수적이다. 백신 생산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숙련된 인력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WHO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 지정에 여러 국가와 기관들이 관심을 보인 가운데 WHO는 정부의 적극적 의지와 한국 바이오 의약품 생산능력 및 인프라를 높이 평가하고 우리나라를 단독 허브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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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 바이오 산업계와 '글로벌 백신 허브화' 정책을 수립해서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린 정부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 낸 값진 성과다.

민·관이 함께 노력한 결과 한국은 세계 2위 수준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역량을 갖추고 모더나, 노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스푸트니크V 등 코로나19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 강국이 됐다. 최근에는 한국 기업이 국제의약품특허풀(MPP)에서 선정한 머크앤드컴퍼니(MSD)사의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생산기업으로 포함되기도 했다.

이번 WHO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 지정은 우리에게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뜻깊은 의미가 있다.

첫째 국제 사회에서 한국이 글로벌 보건안보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왔음을 의미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받는 국가에서 원조하는 국가로 전환된 국가로, 우수한 보건산업 인프라와 백신 생산 노하우를 전 세계에 공유하는 나라가 되었다.

앞으로 한국은 올해 7월부터 중저소득국 바이오 인력 370명, 2025년부터 연간 2000여명을 교육할 예정이다.

둘째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가 우리 보건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바이오 인력 교육과정 중 올해는 약 150명, 매년 전체 교육 인원의 20%를 국내 청년들에게 배정할 계획이다. 우리 청년들이 영어로 이루어지는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이수하면서 글로벌 인력 및 기업과 긴밀한 네크워크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백신은 국가 중심으로 접종이 이루어져 사전에 맺은 인적, 물적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바이오 인력 교육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은 현장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국가와 네트워크를 통해 해당 국가에 백신 수출 기회를 얻고 교육 과정에서 습득한 백신 생산 노하우를 생산시설에 적용해서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던 보건 위기를 겪으면서 어느 한 지역의 감염병이 해당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중·저소득 국가 백신 생산 능력을 강화하는 것은 우리나라 보건산업의 새로운 성장 분야를 개척하는 길인 동시에 백신의 공평한 공급을 통해 우리 국민과 세계인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

앞으로 인력양성 허브가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우리나라가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의 중심지, 나아가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글로벌 보건 리더로서의 위상을 정립할 수 있도록 정부를 비롯해 보건산업계, 연구기관, 기업 등 모두가 힘을 모을 때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 권덕철 장관은…

문재인 정부 두 번째 보건복지부 장관이자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 겸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이다.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을 맡는 등 대규모 감염병 관리 경험이 풍부한 관료로 꼽힌다.

권 장관은 행정고시 31회 합격 후 독일 유학, 청와대 파견 등 보건복지부 주요 직책을 거쳤다. 2017년 보건복지부 차관, 2019년 보건산업진흥원 원장을 역임했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2020년 12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이는 20년 만의 내부 출신 승진 인사였다.

권 장관은 취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아래 중앙사고수습반장으로서 사태 악화를 막고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초기 확산을 진화했다. 올해 WHO로부터 우리나라가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로 선정되는 데 주도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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