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EUV PR 국산화...열악한 테스트 환경 극복한 '상생 결실'

EUV 빛 조사·검증 테스트 필수
포항가속기연구소, 2023년에나 가동
벨기에 이용예약도 1년 걸려
수요·공급 협력사 윈윈 사례

동진쎄미켐과 삼성전자가 협력해 개발한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용 포토레지스트(PR)는 열악한 국내 EUV 개발 환경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공급 기업과 수요 기업 간 협업으로 반도체 공정 핵심 소재 국산화·다변화에 성공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가장 모범적인 상생 협력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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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조감도

최근 반도체 초미세 회로 구현을 위한 첨단 공정이 확대되면서 EUV 노광 장비와 관련 소재·부품 수요가 크게 늘었다. 국내에서도 EUV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잇따르지만 환경이 녹록지 않다. EUV 노광장비로 빛을 쏠 수 있는 테스트 인프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EUV용 소재와 부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제 빛을 조사해 소재 물성을 검증·테스트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EUV 빔을 통해 반도체와 의약 분야 시제품 연구개발(R&D)을 지원했다.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지원이 중단된 상태다.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신규 EUV 빔 조사 장치를 구축하고 있지만 2023년 이후에나 가동될 예정이다. 이마저도 EUV 빛을 뽑아내는 수준이라 추가 설비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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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쎄미켐을 포함한 일부 EUV 관련 기업은 벨기에의 반도체 연구소인 아이멕(IMEC)에서 소재를 테스트한다. 그러나 수요가 많아 서비스 이용 예약을 하는데도 1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업계에서 급성장하는 EUV 솔루션 시장의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결국 반도체 제조사에서 EUV 테스트 환경을 열어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양산에만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반도체 제조사가 EUV 공정 라인을 협력사에 제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소부장 다변화를 위한 삼성전자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동진쎄미켐이) EUV 테스트 환경을 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면서 “수요·공급 협력사 간 '윈윈'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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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회로를 구현하는 핵심 소재다. <그래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반도체 소부장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협력사 에프엔에스테크와 화학적기계연마(CMP) 패드 재사용 기술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반도체 웨이퍼를 평탄화하는데 소모품으로 대부분 수입해왔다. 삼성전자가 일부 공정 라인에 에프엔에스테크 CMP 패드를 적용, 테스트하면서 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삼성전자와 에프엔에스테크는 재사용 CMP 패드 공동 특허도 출원했다. 협업 성과가 국산화로 이어지면서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공급망 다변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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