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2022년 메모리, 서버·모바일 성장에 '장미빛'

올 8월부터 '겨울론' 불거졌지만
오미크론 변이 등장에 상황 반전
서버·스마트폰·PC 수요 훈풍 지속
DDR5 시장 개화…수익 증대 기대

Photo Image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Winter is coming)'

지난 8월 이 제목으로 시작한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보고서는 실제 메모리 시장에 한파를 몰아왔다. 메모리 공급이 수요를 앞지른다는 게 골자다. 메모리 고객사가 앞다퉈 물건을 사들일 필요가 없고 D램을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세계 메모리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했고 'K-반도체 위기론'까지 제기됐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5월부터 PC향 D램(DDR4 8Gb) 가격이 전분기 대비(QoQ) -3%를 기록하며 가격 하락이 시작됐다. 서버향 D램(DDR4 32GB)도 10월부터 QoQ 가격 하락이 본격화했다. 메모리 가격 하락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 도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비대면 수요에 지옥과 천당 오락가락

메모리 겨울론의 핵심은 재고다. 메모리 고객은 IT기기·모바일·서버 업계다. 코로나 19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노트북과 데스크톱PC 등 IT기기 시장이 급성장했다. 비대면 환경 조성으로 재택 근무·원격 교육이 늘었다.

상반기 IT기기 판매가 집중됐다. 하반기부터 수요가 줄었다. 전통적 비수기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위드 코로나' 기조가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IT기기 호황이 사그라들면서 좋은 메모리 수요처 한곳을 잃었다. 메모리 재고가 쌓이고 PC향 D램 가격 하락했다.

서버향도 비슷한 상황이다. 수요가 견조한 서버향 메모리 시장도 재고 축적으로 가격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실제 3분기부터 가격이 하락하면서 메모리 겨울론에 힘을 보탰다. 올해 스마트폰 판매가 지지부진했던 것도 영향이 컸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반전하는 모양새다. 비대면 수요가 여전할 것이란 전망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재택근무와 영상회의 등으로 기업용 PC 수요가 증가하면서 PC향 메모리 재고가 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10월 29일 기준 전월 대비 9.51% 줄어든 PC향 DDR4 8Gb 가격도 11월 30일 기준 하락을 멈췄다.

Photo Image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서버 수요 전망 “견조할 듯”

삼성전자는 3분기 D램 분기 최대 출하량을 기록했다. 매출도 역대 두 번째다. 이 같은 실적은 서버 중심 수요 덕분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메모리 불황에 대한 우려에 대해 “D램의 경우 서버는 신규 CPU 채용과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기본적인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불확실성이 있지만 견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도 서버와 클라우드 장비 교체 수요에 따라 4분기와 내년에도 메모리 시장이 호황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IT기업은 데이터센터 투자에 적극적이다. 톰 퍼롱 메타(전 페이스북) 인프라스트럭처·데이터센터 사장은 “이미 가동 중인 48개 데이터센터 외 47개 데이터센터를 추가 건설 중”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공격적인 데이터센터 확장에 나서고 있다. 현재 200여개 데이터센터를 확보한 MS는 향후 클라우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50~100개 신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클라우드·메타버스·스트리밍 등 IT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가 더 필요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IT 기업마다 일정한 데이터센터 투자 주기가 있었지만 빅데이터 증가로 꾸준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버향 메모리 수요도 함께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오미크론 변이 등 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된다면 데이터센터 투자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비대면으로 인한 데이터 증가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아마존과 MS 등 미국 클라우드 업체와 델, HP 등 PC업체 4분기 D램 주문량은 기존 예상치를 30%가량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버향 메모리 재고도 점차 줄어든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도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서버 D램 재고가 4분기 7~9주 정도로 전분기 대비 하락했다”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서버 증설이 본격화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해 공급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메모리를 확보하려는 행보도 예상된다.

Photo Image
삼성전자 업계 최선단 14나노 D램.

◇스마트폰 출하량↑…모바일향 수요 증가 전망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는 내년 생산 목표를 공격적으로 잡았다. 이는 분명 메모리 시장에는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3억3400만대 스마트폰을 생산할 계획이다. 약 25% 증가한 규모다. 애플도 비슷한 수준으로 높여 연간 첫 3억대 이상을 생산 목표치로 내세웠다.

모바일향 메모리(D램)는 PC와 서버, 기타 제품을 통틀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약 35~40% 수준이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업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축소로 스마트폰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 제조사가 기대 이하 출하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판매량이 줄었던 만큼 내년 반등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한차례 미뤄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판매량이 늘어나면 메모리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Photo Image
SK하이닉스 DDR5.

◇신규 CPU로 DDR5 D램 시장 본격 개막

DDR5 D램은 메모리 시장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이다. 인텔이 DDR5를 지원하는 PC용 CPU를 11월에 출시했다. 서버용 CPU는 내년 2월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언급한 '신규 CPU' 'CPU 교체' 수요가 바로 이것이다.

DDR5는 DDR4 대비 성능은 1.4배, 속도는 2.2배, 용량은 2배 향상됐다. 소비 전력과 면적도 줄일 수 있다. DDR5 시장 개막은 PC향과 서버향 메모리 모두에게 호재다. DDR5는 DDR4 대비 가격이 30% 수준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제조사 수익 확대가 점쳐진다. 증권업계에서 서버향 DDR5가 본격적으로 풀릴 내년 2분기를 메모리 업황 회복기로 전망하는 배경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