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1~6월) 서울 도봉·구로·양천·강서·용산·관악구의 비아파트(다세대·연립·다가구·단독) 5가구 중 2가구는 외지인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세제 규제로 재건축이나 구축 아파트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장기적으로 서울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본 수도권과 지방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약하고, 정부와 지자체 중심으로 사업이 진척 중인 재개발 투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플랫폼 서비스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바탕으로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반기 기준으로 서울 25개 자치구의 외지인 비아파트 매입 비율을 분석해 31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2017년 상반기 18.7%에서 올 상반기 31.2%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상반기 도봉·구로·양천·강서·용산·관악구의 경우 외지인의 비아파트 매입 비율이 40% 수준에 이르렀다. 도봉구의 경우 2017년 상반기만 해도 외지인 비아파트 매입 비율이 16.4%에 그쳤지만, 올해 상반기 44.3%(1280건)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상반기 외지인 매입 비율이 22.6%(293건)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례적으로 외지인 매입이 증가했다.
양천은 2017년 상반기 17.4%에서 올 상반기 39.4%, 강서는 17.7%에서 39.3%로 상승했다. 전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외지인 매입 비율이 각각 6.9%포인트, 4.8%포인트 올랐다. 구로는 2017년 상반기 32.4%에서 올해 상반기 40.2%, 관악은 16.9%에서 36.5%로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관악 역시 1년 전과 비교하면 외지인 매입 비율이 8%포인트 상승했다. 용산구의 경우 4년간 31.3%에서 38.3%로 상승했다.
외지인들이 이곳에 몰린 이유는 향후 재개발 추진에 따른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시정비사업에 긍정적이라 앞으로 재개발 사업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재건축과 비교해 재개발은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도 세지 않다.
재건축의 경우 지금은 백지화됐지만, 분양권을 얻기 위해 2년 의무 실거주 조항이 있었고 안전진단 강화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도 있어 재개발보다 강력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반면 재개발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5월 각종 규제를 완화해 2025년까지 24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히는 등 주택 공급 문제를 위한 해결책으로 최근 떠오르고 있다.
용산구를 제외하면 이 지역들은 서울에서도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이 높지 않은 곳에다 최근 재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도봉구의 경우 도봉2구역이 지난 3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고, 쌍문1구역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천구는 신월동을 중심으로 재개발사업이 기대되고, 구로구 고척4구역은 지난 6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관악구 역시 봉천13구역이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다방 관계자는 “아파트 폭등에 따른 후폭풍으로 빌라 매입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데다 재개발을 노린 투자 수요까지 몰리며 빌라 시장에도 외지인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