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치→12인치로 웨이퍼 세대교체
패키지 이전 단계 생산비용 40% 절감
팹 투자 가속…생산능력 확보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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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반도체 시장 핵심 경쟁력으로 12인치 웨이퍼 생산 시설(팹)이 부각 되고 있다. 생산 비용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차량용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을 겨냥하는 기업들이 12인치 팹 투자를 가속하면서 누가 더 뛰어난 생산 능력을 갖출지 주목된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명실상부 아날로그 반도체 최강자다. 차량용을 포함, 산업용·소비자제품용 아날로그 반도체 전반에 뛰어난 경쟁력을 자랑한다. 사업 비중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만큼 특정 제품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다. 이는 안정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

TI의 또 다른 경쟁력은 12인치 생산 능력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TI가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도 이 12인치 팹 확대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TI는 2020년 기준 작년 대비 6% 매출 성장을 기록했는데, 주요 제품 생산을 12인치 웨이퍼 팹으로 전환한 효과가 컸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주로 8인치(200㎜) 웨이퍼 팹에서 생산해 왔다. 최근 TI를 중심으로 12인치 전환 바람이 불고 있다. 수익성을 극대화해 생산 비용 절감과 동시에 저렴한 가격으로 아날로그 반도체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TI에 따르면, 12인치에서 아날로그 반도체를 생산하면 패키지 이전 단계 생산 비용을 8인치 대비 40% 절감할 수 있다. 패키지와 테스트가 완료된 최종 제품 경우 8인치 제품 대비 가격을 20% 낮출 수 있다.

팹 전환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상당하다 보니 주요 업체들이 12인치 팹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행보는 차량용 아날로그 반도체 주력 기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TI는 2009년 업계 최초로 미국 텍사스주에 12인치 팹(RFAB)을 연 선두주자다. TI는 현재 RFAB 옆에 또 다른 12인치 팹을 건설하며 8인치에서 12인치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 점유율 4위,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인 인피니언은 2018년부터 6년간 16억유로를 투자해 오스트리아에 12인치 팹 건설을 시작했다. 올해 일부 라인을 가동한다. 인피니언은 올 3월 독일 드레스덴에 12인치 팹을 추가로 건설하기 위해 최소 11억유로에서 최대 24억유로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T마이크론은 아예 12인치 팹 클러스터를 확보할 방침이다. 이미징 분야의 아날로그 반도체 생산 거점 프랑스 크롤스에 이어 이탈리아 아그라테에 12인치 팹을 추가 건설 중이다. 아그라테 팹에서는 전력 반도체 중심으로 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올해 제품 출하가 이뤄질 전망이다. ST마이크론은 두 자체 팹과 더불어 파운드리 서비스를 추가 활용, '크롤스-아그라테-파운드리'라는 12인치 삼각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