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추격자 '인텔', 파운드리 시장 판도 흔든다

2024년 '2나노 공정' 완성 자신감
ASML '하이 NA EUV 장비' 선점
대형 고객사 확보로 점유율 급성장
2024년 이후 신흥 강자 면모 갖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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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발 파운드리 시장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인텔은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선언한 후 4개월 만에 퀄컴과 아마존이라는 '대어'를 확보했다. 파운드리 시장에 빛을 발하지 못했던 인텔이 첨단 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파운드리 강자로 부상한 것이다. 파운드리를 포함한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부상한다는 인텔 'IDM 2.0' 전략이 한층 현실에 가까지면서 파운드리 최강자인 TSMC와 뒤를 이은 삼성전자의 아성을 흔들지 주목된다.

◇'기술의 인텔' 이름 되찾기 시작

인텔이 파운드리 고객사로 퀄컴을 확보했다는 건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남다르다. 그만큼 반도체 업계에서 퀄컴 위상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퀄컴은 핵심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한다. 여기에 인텔 파운드리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은 보다 치열해졌다. 퀄컴이 인텔에 어떤 칩 생산을 위탁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다. 그러나 차세대 퀄컴 칩을 인텔 파운드리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TSMC와 삼성전자에는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인텔의 퀄컴 칩 생산은 2024년으로 예정됐다. 3년 정도 남았다. 인텔은 이 동안 2나노미터(nm) 공정 수준인 '인텔 20A' 공정 기술을 완성하겠다고 자신했다. 10나노 이하 공정 진입 속도가 더뎠던 인텔이었던 만큼, 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없지 않다. 그러나 퀄컴과 협업은 인텔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성사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이미 2024년에 생산할 제품 외 인텔 18A(1.8나노 공정으로 추정)에 대한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면서 “단순히 선언적 일정과 로드맵이 아니라 어느 정도 기술 검증이 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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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가 인텔의 향후 공정 및 패키징 기술 로드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분명 인텔의 속도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는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선임된 후 변화된 인텔의 전반적인 모습이다. 인텔은 미국과 유럽 지역에 초대형 파운드리 공장인 '메가 팹'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200억달러(약 23조원) 대규모 자본을 앞세워 전방위 투자에 나서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엔지니어 출신의 겔싱어 CEO의 신속한 결단에 기인했다고 평가한다. 그는 기존 수년간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CEO의 보수적 투자와 달리 '기술의 인텔'을 되찾기 위한 과감한 투자 행보를 보인다. 조 바이든 행정부 이후 미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움직임과도 무관치 않다.

◇기존 한계 극복한 '하이 NA EUV'…인텔이 먼저 가져간다

2나노 수준 '인텔 20A' 공정 기술은 인텔 혼자 힘으로는 구현이 힘들다. 특히 반도체 공정 가운데 핵심으로 손꼽히는 노광 장비 등 반도체 장비업체와 끈끈한 협력이 선행돼야한다. 여기서 인텔은 경쟁사보다 한발 앞섰다. 첨단 미세 공정에 꼭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과 파트너십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이번 설명회에서 인텔은 2025년 ASML의 '하이 NA(High NA) EUV' 장비를 업계 최초로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초미세 반도체 회로 패턴을 그리는 EUV 장비는 렌즈와 미러 해상력이 성능을 좌우한다. 해상력은 보통 렌즈 수차(NA)와 비례한다. NA 수치가 높을수록 해상력이 올라가고 빛은 선명해져 미세한 반도체 회로를 그릴 수 있다. 현재 ASML EUV 장비의 NA는 0.33으로 알려졌다. ASML은 반도체 회로를 더욱 미세하게 그리기 위해 이 NA 수치를 0.55까지 끌어올릴 계획인데, 이를 하이 NA라고 부른다. 2023년 시제품 공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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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인텔 20A 공정에 리본펫과 파워비아 등 신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인텔이 ASML의 하이 NA EUV 장비를 우선 도입한다는 건 그만큼 미세 회로 패터닝 기술력을 선점한다는 뜻이다. TSMC와 삼성전자와 견줘 인텔이 우위를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나승주 인텔코리아 상무는 “인텔은 이미 오랫동안 ASML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면서 “하이 NA EUV 장비 선도입으로 초미세 공정 기술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이번 설명회에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TEL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 회사와 협력 생태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차세대 반도체 미세화 공정에서도 인텔과 삼성전자, TSMC 간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바로 게이트올라운드(GAA) 기술이다. 현재 공정 기술은 핀펫이라고 불리는데, 전류가 흐르는 게이트와 채널 접합면이 3면이다. GAA는 4면을 접합해 신호 처리와 전력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3나노 공정부터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GAA를 '리본펫'이라는 독자 기술명으로 부르며 인텔 20A 공정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TSMC의 GAA 적용 시점과 큰 차이가 없다.

◇2024년, 파운드리 시장에는 '강자' 인텔이 있다

인텔이 나노미터가 아닌 '옹스트롬(0.1㎚)'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2024년(인텔 20A)부터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지금과 다른 모습일 공산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현재 상위 10개 파운드리 기업에 인텔의 이름은 없다.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니 순위권 자체에 들지 못했다. 1위는 TSMC로 2021년 1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 55%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17%로 2위다. UMC(7%), 글로벌파운드리(5%), SMIC(5%) 등이 뒤를 따른다.

인텔이 퀄컴과 아마존 칩을 양산하면서 매출이 발생하면 시장 점유율이 크게 오를 수 있다. 이미 대형 고객사를 확보해 결실을 맺는 건 시간 문제다. 인텔의 로드맵 일정만 뒤틀리지 않는다면 부지불식간에 TSMC와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강자의 턱밑까지 치고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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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이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인텔 공정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인텔의 급부상은 TSMC보다는 삼성전자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TSMC는 애플이라는 든든한 고객사를 확보했고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해 단시간에 아성을 무너트리기 쉽지 않다. 그러나 삼성전자 경우 파운드리 시장 2위지만 점유율은 17%로 TSMC에 크게 뒤처진다. 또 공격 투자에 나서는 인텔과 TSMC와 달리,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이 늦어지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 선언과 선제 투자 때부터 삼성전자와 TSMC에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건 예고된 일”이라면서 “특히 삼성전자는 (IT 기기 등 세트 분야에서) 인텔과 협력을 하면서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면서 “다만 인텔이 초미세공정 전환에 실패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실제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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