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텔의 부상 '넛크래커'를 조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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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행보가 매섭다. 지난 3월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성장하겠다며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선언한 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유럽 정상과 만났다. 겔싱어 CEO는 반도체 생산 거점이 아시아에 밀집됐다면서 미국과 유럽에 균형 잡힌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만큼 유럽 반도체 생산 거점 구축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파운드리 팹에 이은 유럽 구축이 가시화되고 있다.

인텔의 움직임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을 육성하려는 미국 정부의 의지와 인텔의 신성장동력 확보 전략이 맞물렸다. 인텔 파운드리는 업계 후발 주자이지만 빠른 속도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우리나라 위치는 '넘버 2'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의 뒤를 쫓고 있다. 위상은 작지 않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정도는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TSMC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5%, 삼성전자는 17%다. 1위와 2배 이상 차이 나는 2위다.

인텔은 아직 10위권 안에 없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인텔의 투자 규모와 속도로 보면 5년 안에 삼성전자 턱밑에 이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반도체 설계 관련 업체 대표는 12일 “인텔이 워낙 반도체 설계 능력이 뛰어나 특정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를 앞선 상황”이라면서 “이를 파운드리 공정에 적용하면 부지불식간에 추월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텔이 파운드리 인수합병(M&A)에 나선다면 그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그야말로 '넛크래커'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앞에 있는 TSMC를 추격하기도 바쁜데 뒤로는 인텔에 언제 따라잡힐지 모른다. 자칫하면 넛크래커에 낀 호두처럼 양쪽의 압박 사이에서 균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메모리 반도체와 같이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기술, 품질, 생산능력 등 '초격차' 확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도 국내 파운드리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을 지원해야 한다. 현재 전 세계에 걸쳐 가열되고 있는 반도체 패권 다툼은 기업만의 경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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