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산에 대한 상속세 납부 계획이 발표되면서 주식 분할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 주식분할은 그룹 지배구조를 좌우할 중요 사안이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 방향성을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재용 부회장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분할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속인들 간 협의가 조만간 잘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배구조상 큰 변동이 생길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은 삼성전자(4.1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등이다. 법정비율을 단순 적용하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9분의 3(33.33%)을 상속받는다. 나머지는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9분의 2(22.22%)씩 지분을 받게 된다.

앞서 26일 삼성 일가는 금융당국에 삼성생명 대주주 변경 신고를 하면서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20.76%를 분할하지 않고 공동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유족은 30일까지 상속 재산을 평가해 상속세 신고·납부해야 한다. 유족 간 지분 분할 합의가 안된 경우 분할 비율을 추후 결정해 수정·신고할 수 있다.

그러나 재계는 법정 상속 비율을 적용하거나 공동 보유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유족 간 합의로 이 부회장 중심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범위에서 지분 분할을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이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 지분 17.3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반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각각 0.06%, 0.70%로 미미하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삼성생명 지배력을 높이는 선에서 지분 정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주식 상당수를 이 부회장에게 넘기고, 삼성생명 지분을 나눠 갖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분할 합의가 미뤄진 것은 이 부회장의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회장 별세 이후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법정 구속된 데다 지난달 19일에는 충수염 수술로 한 달 가량 병원에 입원도 했다. 유족 간 지분 분할을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부족했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수감 중인데다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돼 1심이 진행 중이라 분할 합의 관련 논의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분 분할 비율 수정 신고는 별도 시한이 없다. 상속세 역시 연대납세 의무에 따라 유족 간 지분 비율이 사전에 결정되지 않더라도 유족 중 누구든지 상속세 총액만 기일 내 납부하면 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중심의 지분 분할이 이뤄질 경우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한편 책임경영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비록 현재 구속 수감 중이지만 추후 반도체 투자, 인수합병 등 중요 의사결정과 사회공헌 등 굵직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 힘을 더 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