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디지털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처방 기준을 서둘러 확립하지 않으면 개발해놓고도 환자에게 적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효과나 개발 노력 대비 낮은 수가 책정이 이뤄진다면 개발 유인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덕현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디지털 치료제 관련 특정 분야에서는 미국보다 좋은 아이디어와 발전된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와 보상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투자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개발과 허가 단계를 넘어 실제 처방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개념이 나오기 전부터 기능성 게임의 치료제로 가능성에 주목한 연구를 해왔다. 기능성 게임과 의료기기 관련 특허 11건을 출원하고 유방암 환자 약물 복용 관리를 위한 '아이 러브 브레스트'와 강박장애(OCD) 치료를 위한 '힛 더 치킨' 등을 직접 개발했다. 최근 강박장애 치료용 앱 '오씨프리'에 대한 연구자 임상을 주도하기도 했다.
현재 디지털 치료제가 상용화된 미국은 개인 고객이 다수 보험사 중 원하는 기업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고 보험사도 병원과 선택적 계약을 진행하는 다보험자 체제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체계는 건강보험공단이 전 국민의 건강보험을 관리·운영하는 단일 보험자 체제로 의료 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수가를 국가가 관리한다.
한 교수는 개발된 디지털 치료제가 실제 환자에게 처방돼 활용될 수 있으려면 보건복지부 등 주무부처를 중심으로 디지털 치료제의 개념이나 제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 치료제는 의료인의 처방이 필요한 의료의 영역에 속하는 만큼 인지행동치료와 마찬가지로 몇 회까지 건강보험 혜택을 줄 것인지, 한 회 치료에 얼마를 청구할 지 등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의료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다 향후 클라우드, 5G 통신, 가상현실(VR) 등 기술과 맞물려 2세대 이상 진화가 이뤄지면 기술적인 고려도 필요한 만큼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주무부처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디지털 치료제 관련 협회인 DTA(Digital Therapeutics Alliance)를 중심으로 비처방형(non-prescription)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비처방형 디지털 치료제는 규제와 처방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