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삼성 QD디스플레이 TV '의기투합'…공급망 구성과 투자 방향은?

#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QD)디스플레이 TV' 상용화를 추진키로 합의하면서 양사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이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로 QD디스플레이를 육성하겠다고 공헌한 만큼 앞으로 구성될 서플라이체인과 설비 투자, 또 QD디스플레이 진영 확대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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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왼쪽)과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과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QD디스플레이 상용화 및 LCD 공급 연장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QD디스플레이 패널을 자사 TV에 채택하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필요로 하는 LCD 공급을 위해 오는 3월 중단하려 한 LCD 생산을 연말까지 연장하는 것이 골자다. 삼성의 TV 사업과 디스플레이 사업을 총괄하는 양사 CEO들은 이 같은 내용의 큰 틀의 합의를 이루고 세부 후속 업무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그간 시장 우려를 모았던 QD디스플레이 상용화는 속도가 붙게 됐다. 양사 최고경영진의 전격 합의로 구체적 실행 작업들이 추진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QD디스플레이 패널을 오는 11월 대량 양산하기로 내부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TV 출시 시점은 내년 초로 예상된다. 이는 역으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11월 이전에는 거의 모든 생산 준비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이어서, 서플라이체인(SCM)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구축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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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D디스플레이 TV 상용화, 서플라이체인은 어떻게

QD디스플레이는 파란 빛을 내는 청색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위에 퀀텀닷 컬러필터를 얹어 색 재현력을 높인 디스플레이다. 때문에 핵심은 소재에 있다. 퀀텀닷은 빛을 정교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입자로 에너지 효율과 화질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소재다.

퀀텀닷 소재 분야 삼성디스플레이 협력 업체로는 한솔케미칼이 꼽힌다. 한솔케미칼은 2013년과 2018년 1세대, 2세대 퀀텀닷 양산 기술을 개발하고 현재 삼성전자가 출시한 QD-LCD TV에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한솔은 범 삼성가에 속한다.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장녀인 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장남이다. 삼성과 이미 QD-LCD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QD디스플레이 TV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

한솔케미칼 외에 QD 협력사는 나노시스, 나노코가 있다. 나노시스는 미국 QD 소재 기업이고, 나노코는 영국 회사다. 나노시스는 지난 2011년부터 삼성전자와 기술 제휴를 맺고 퀀텀닷 소재를 연구한 곳이다. 삼성이 지분 투자도 참여했다. 나노코는 삼성전자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나노코는 지난해 2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 법원에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나노코에 따르면 삼성은 2010년 LCD 모듈 소재 기술과 관련해 협력하며 삼성에 퀀텀닷 샘플을 제공하는 등 관련 기술을 공개했다. 이후 삼성은 'CES 2015'에서 퀀텀닷 기술이 적용된 TV를 공개했고, 2017년 QLED TV를 출시했다. 나노코는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자사 특허 5건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을 주장했다.

또 다른 주목 소재는 청색 형광재료다. 삼성의 QD디스플레이는 블루 OLED를 광원으로 사용한다. 액정표시장치(LCD)의 백라이트 역할을 청색 OLED가 담당한다. 이에 관심이 쏠리는 회사는 SFC다. SFC는 일본 호도가야화학과 삼성디스플레이가 합작한 회사로, 청색 형광재료를 만들고 삼성에 공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최신 OLED 재료 세트인 'M11'의 블루도판트와 블루호스트를 SFC가 납품 중이다. M11은 삼성전자 갤럭시S21과 올해 출시 예정인 아이폰13(가칭)에 적용되는 소재들이다. 도판트와 호스트는 OLED 패널 내에서 실제 빛을 내는 발광층을 이루는 소재들이다. SFC는 1998년 충복 오창에 설립됐다. 일본 이데미츠코산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청색 재료 업체로 꼽혀 QD-OLED TV 상용화에서도 긴밀히 협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삼성디스플레이 QD디스플레이 증설 가능성은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충남 아산에 8.5세대 유리 원장 기준 월 3만장 규모의 QD디스플레이 양산 라인(Q1)을 구축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Q1의 생산능력은 50~60인치 기준 연간 200만대 TV에 대응할 수 있는 규모다. 세계 TV 시장이 연간 2억대 이상임을 감안하면 전체 1%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다. QD디스플레이는 상용화를 앞둔 기술이기 때문에 '대량 생산'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가 QD디스플레이 증설에 나설지 관심이다. 세계 최대 TV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QD디스플레이 TV를 상용화하기로 다짐한 만큼 삼성디스플레이가 QD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을 확대할지 주목된다.

디스플레이 시장 전문조사업체인 스톤파트너스의 김기현 이사는 “TV 제조사 입장에서는 패널의 안정적 공급이 중요하기 때문에 패널 증설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QD디스플레이는 경쟁 패널보다 생산단가가 2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대량 생산을 통한 QD디스플레이 패널 단가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도 QD디스플레이 TV 적정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에 가격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수율과 품질 안정화, 대량 생산 체계 구축이 올해 최대 과제인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금까지 약 3조원을 QD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QD 투자로 계획한 총 13조원 중 일부만 사용한 것이다. 남은 자금이 충분해 증설 투자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구체적인 집행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기술 개발 및 사업 추진 속도, 시장 상황을 종합 고려할 때 삼성디스플레이가 연내보다는 내년 이후 증설 투자를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디스플레이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올 사업 계획에는 QD디스플레이 증설 투자가 잡혀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수요를 충분히 확보한 후 증설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증설 투자 가능성이 낮다는 걸 뒷받침하는 또 다른 근거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말까지 LCD를 생산할 계획이라는 데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에 위치한 LCD 8라인의 일부를 바꿔 Q1을 만들었다. QD디스플레이 라인을 추가하려면 아산 8라인이 최적이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말까지 8라인에서 LCD를 생산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필요로 하는 LCD 물량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공급 연장을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를 삼성 TV에 채택하기로 약속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8라인의 LCD 생산을 완전 종료한 후에 QD로 전환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QD디스플레이, 삼성전자 외 추가 고객사는 어디

삼성전자는 연간 4000만대의 TV를 판매하는 세계 1위 TV 메이커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 TV 상용화가 업계 주목을 받고 국가 산업적으로도 중요한 이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레드오션으로 변한 LCD 사업에서 철수하지만 LCD를 대체할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를 확보하는 것이 숙제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최대 TV 업체인 삼성전자를 고객으로 확보해 한숨 돌리게 됐지만 QD디스플레이 사업 확대와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더 많은 고객사가 필수다. 삼성디스플레이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외 다른 TV 메어커들과 협력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TV 제조사뿐 아니라 모니터 업체들에도 QD디스플레이를 제안 중이다. QD디스플레이 장점인 색재현력, 높은 명암비, 빠른 응답속도 등이 모니터에도 어울린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32인치 8K 모니터용 QD디스플레이 패널을 아수스, MSI, AOC, 델 등에 공급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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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있었던 QD 장비 반입 모습.<사진=삼성디스플레이>

◇QD디스플레이 증설 시, 수혜 장비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8월 충남 아산에서 QD 설비 반입식을 가졌다. 삼성은 이날 QD디스플레이의 발광을 담당하는 블루 OLED용 증착 설비를 들였다. 증착기는 디스플레이 패널에 박막 형태로 화소를 형성하는 장비다. 이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나 박막트랜지스터(TFT) 유리기판에 빛을 쪼여서 회로를 그리는 노광기와 함께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의 양대 핵심 장비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본 캐논도키로부터 증착기를 들이고, 노광기는 캐논에서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QD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증설한다면 이들 회사의 노광기와 증착기를 다시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 또 현재 Q1에 구축된 중요 설비로 세메스의 잉크젯 프린팅 장비가 있다. QD디스플레이는 청색 OLED 소재를 증착한 후 잉크젯 프린팅 방식으로 적색과 녹색 QD를 발광층에 구현한다. 이 적색과 녹색 QD를 잉크 뿌리듯 구현하는 설비가 세메스 장비다. 이 밖에도 어플라이드의 박막형성용 화학기상증착(CVD) 장비, 엘오티베큠의 진공펌프, 에프엔에스테크, 아이씨디, 로체시스템즈, 케이맥, 참엔지니어링 등이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 라인을 구축하는 데 쓰였다. 즉 삼성디스플레이가 QD디스플레이를 증설하게 되면 이미 검증된 이들 장비가 다시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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