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결국 국내 업체로 불똥이 튈 조짐을 보였다. 아직은 생산 물량 축소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매주 단위로 차량용 반도체 재고 현황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또 반도체 수급 상황에 맞춰 재고를 보유한 차량 모델 중심으로 라인을 가동하는 등 생산계획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측은 “당장 생산에 차질을 빚을 정도는 아니지만 일부 반도체 부품은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별도로 반도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협상에 나섰다. 보쉬, 콘티넨탈, 현대모비스와 같은 1차 협력사에만 의존하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에는 클러스터,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 수백 개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해외 자동차 업체는 결국 감산에 들어갔다. 폭스바겐, 포드, 토요타, 닛산 등 주요 자동차 업체는 연초부터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시장정보기관 IHS마킷은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망 차질로 올해 1분기 자동차 생산이 100만대 가까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차량용 반도체의 특성을 감안하면 단기에 수급 불안정이 해결될 공산이 낮다. 차량용 반도체는 높은 신뢰성과 안전성이 요구되고 결함 발생과 안전사고, 리콜과 같은 부담이 커서 신규 업체의 진입이 어렵다. 짧은 시간에 수요에 맞춰 공급량 확대가 용이하지 않다. 여기에 미국의 정전 사태로 NXP, 인피니언 등 차량용 반도체 전문 기업이 라인 가동을 멈추면서 수급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업체는 아직은 재고로 버티지만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당장 부품 수급이 어렵다면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자동차업계, 팹리스, 파운드리 업체가 긴밀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생산 역량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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